본문 바로가기
사회

[AI야! 나랑 놀자!] 대구 재도약 로드맵, '헬스케어 AI'에 답이 있다

대구경북신공항을 AI와 결합한 대구경북의 미래먹거리로 적극 고민해야 할 때다. ◇꺼져가는 심장 하얀 면사...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으로, 바이오는 송도로, AI 클러스터는 판교로 갔다. 지금 대구에 남은 것은...

[AI야! 나랑 놀자!] 대구 재도약 로드맵, '헬스케어 AI'에 답이 있다

대구의 심장, AI로 다시 뛰게 하자

돌봄·의료는 결국 하나의 뿌리

바로 사람 몸의 ‘헬스케어 데이터’

이 자원을 AI와 결합한다면

대구는 반드시 재도약 할 것

대구경북에 밀집한 대학들

헬스케어 AI 산단과 묶으면

연구-교육-취업의 고리 완성

인재가 모여드는 도시 될 것

대구경북신공항 조감도. 대구경북신공항을 AI와 결합한 대구경북의 미래먹거리로 적극 고민해야 할 때다.

◇꺼져가는 심장

하얀 면사 뭉치가 눈송이처럼 날리고, 거대한 방직기 소리가 도시의 아침을 깨우던 시절, 대구는 대한민국을 이끌던 3대 도시였고,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이었다. 인교동 삼성상회에서 시작된 자본의 물줄기가 서문시장의 실타래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갔다.

언제부터였을까. 대구 경제는 침몰했고, 도시의 위상은 추락했다. 1980년대 후반, 산업의 축이 섬유와 경공업에서 반도체, 자동차, 중화학공업으로 이동했다. 대구의 섬유 산업은 인건비 상승과 중국의 추격 속에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산업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치명적인 패착이다. 구미는 전자 산업으로, 울산은 중화학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대구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다. 성장 동력을 끌어올 대기업 유치마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저임금과 일자리 부족이라는 만성질환이 깊어졌다. 대구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반세기 동안 대구를 독점해온 정당은 늘 몰표를 받았다. 경쟁이 없으니 혁신할 이유도 없었다.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는 대구 경제를 최악으로 내몰았다.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이었던 대구의 심장 박동 소리는 그렇게 희미해졌다.

◇벗겨지는 민낯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7개 시도 33년 연속 꼴찌, 고용률 최하위, 20대 청년 순유출 전국 1위, 칠성시장 골목의 어두운 아침, 두 달째 비어 있는 상가 자리, 서울로 떠난 딸의 뒷모습. 이건 정치가 아니라 밥상 이야기다.

고용률은 전국 최하위. 자영업자 소득은 특·광역시 중 1위.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위해 국밥집, 치킨집을 여는 것이다. 한 집 건너 자영업자인 거리 풍경은 경제 활력이 아닌 생존의 몸부림이다.

전국 100대 기업 본사가 단 한 곳도 없는 도시.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으로, 바이오는 송도로, AI 클러스터는 판교로 갔다. 지금 대구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20대 청년 순유출 전국 1위. 연간 100명당 2.3명의 청년이 짐을 싼다. 대구의 소비, 출산, 납세, 창업을 짊어질 그들과 함께 대구의 미래가 사라진다. 그런데 시도교육청 종합평가는 3년 연속 전국 1위. 잘 배운 청년들이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타 도시를 위한 수출품이 되었다.

돌봄 서비스도 흔들린다. 고령화율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데 공공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노인 장기 요양 대기는 길고, 돌봄 인력은 쉽게 떠난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은 부모의 부담이 되고, 그 피로가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

의료 서비스는 풍부하지만 제대로 쓸 수가 없다. 반경 10km 이내에 상급 종합병원과 대형병원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경북대병원 외래 예약은 두 달 뒤다. 많은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 그것이 대구 의료의 역설이다.

◇흔들리는 보수의 심장

대구의 심장 박동이 잦아드는 동안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얼 했나. 기억나는 성과가 별로 없다. 대신 지난 반세기 동안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정치인들의 외침만 울렸다. 어느 순간부터 대구에는 경제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았다.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전통과 질서의 존중, 자유시장경제의 활성화, 민주적 법치의 실현. 대구시민들은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대구의 집권 정치인들은 어땠는가. 말로는 대구 경제를 살리자고 외치면서 독점적 정치 권력을 즐기기만 한 건 아닐까.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소홀히 했다면, 그건 진정한 보수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수구(守舊)에 가깝다. 보수는 공동체의 내일을 위해 오늘을 인내한다. 반면, 수구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의 내일을 담보로 잡는다.

진정한 보수는 경쟁을 받아들이고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람들의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구의 정치에서 그런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무늬만 보수인 걸까. 대구 사람의 의리와 단심(丹心)에 기대어 자리만 보전한 건 아닐까. 그건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고 대구시민을 배신하는 일이다.

◇AI, 대구의 마지막 기회

지금은 인류 문명사의 대전환기다. 일상이 된 AI는 산업 전반을 파고들고 있다. 이번이 대구의 마지막 기회다. 이제 AI와 대구 경제를 연결해야 한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와 결단의 문제다.

AI는 돌봄 서비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자녀가 서울에 사는, 홀로된 여든의 할머니를 떠올려 보자. 동사무소 방문 돌봄은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 나머지 시간은 TV가 말동무다. 낙상이 두렵고, 약을 먹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음성인식 AI 돌봄 스피커는 이미 일본에서 상용화되었다. “오늘 약 드셨어요?” 하고 묻고, 대답이 없으면 가족에게 알린다. 보행 패턴을 분석해 낙상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혈압·혈당 이상 징후를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할머니의 “오늘도 무사히 지냈다” 알림에 가족은 안심한다. 돌봄 서비스가 산업이 된다.

급한 외래 예약, 야간 소아 응급 공백, 병원을 가기 힘든 농촌 어르신들. AI는 그들의 병원 문턱을 낮춘다. AI 의료 상담 챗봇은 이미 서울 일부 병원에서 운영 중이다.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 지금 당장 응급실이 필요한지 판단해 준다. AI 영상 판독 보조는 X-레이, CT, MRI를 1차 분석해 의사 한 명이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빅데이터로 상권을 분석하고 마케팅을 짠다. 동성로 골목의 개인 카페 사장님은 감으로 버틴다. 정보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AI 소상공인 경영 지원 플랫폼은 유동 인구 패턴, 경쟁 업소 현황, 날씨와 계절 요인을 분석해 “오늘은 이 메뉴를 앞세우세요”를 알려준다. SNS 포스팅, 배달앱 리뷰 관리, 세금 신고, 재고 계산까지 AI가 보조한다. ‘대구 소상공인 AI 지원 허브’는 골목 경제의 체력을 강화하고 청년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세계가 부러워할 병원 클러스터

우리는 지금껏 모르고 지냈다. 세계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의료 자산을 대구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경 10km 안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이라는 다섯 개 상급 종합병원이 있다. 여기에 대형 종합병원인 대구파티마병원, 대구의료원,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대구보훈병원까지 더하면, 인구 250만의 도시에 이렇게 많은 대형병원이 밀집한 사례를 찾을 수 있을까.

수성구 만촌동에는 4조 원 규모의 의료클러스터 조성이 논의 중이다. 이 클러스터가 헬스케어 AI 데이터와 연결되는 순간, 대구는 아시아 의료 AI의 중심이 된다. 이 자산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도시의 숨결이 꺼져간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깝다. 그것이 대구 정치에 아쉬움을 갖는 이유다.

경북은 원전 인프라와 SMR(소형원자로모듈)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대구에는 타 도시엔 없는 K2 부지와 군위 신공항 배후 부지라는 기회의 땅이 있다. 수도권에서 찾기 힘든 대규모 부지, 동남아를 향한 하늘길, 경북의 청정에너지, 대구의 의료 데이터. 이 네 가지가 한 점에서 만나는 순간, 경북의 에너지와 대구의 의료 데이터가 하나의 산업으로 융합된다.

군위 신공항에서 K2 부지를 잇는 AI 헬스 산업 벨트를 만들자. 신공항 배후 부지에는 글로벌 바이오·디지털 기업 유치 거점을, K2 부지 일대에는 헬스케어 AI 데이터센터와 의료클러스터를 연결한다. 대형병원의 임상 데이터가 이 벨트를 타고 흐른다. 동남아를 향한 하늘길이 열리는 순간, 대구는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와 헬스 데이터의 도시로 부상한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일대에 밀집한 대학들을 헬스케어 AI 산업 단지와 산학협력으로 묶어야 한다. 연구-교육-취업의 고리가 대구 안에서 완성된다. 대구를 떠나는 청년이 정착할 이유가 생긴다. 10년 뒤 대구는 인재를 내보내는 도시가 아니라 인재가 모여드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다시 뛰는 대구의 심장

돌봄도, 의료도, 소상공인도, 교육도, 의료 클러스터도, 결국 하나의 뿌리로 이어진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헬스케어 데이터다. 할머니의 혈압 수치, 병원 응급실의 야간 내원 패턴, 만성질환자의 투약 기록, 수술 전후의 영상 데이터. 이것들이 쌓이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지식이 된다. 이 자원을 헬스케어 AI의 연료로 쓰는 순간, 대구는 도약한다. 돌봄은 정교해지고, 원격 진료는 안전해진다. 에너지는 데이터센터를 돌리고 교육은 인재를 붙잡는다. 흩어진 실들이 하나의 바늘에 꿰이는 것이다.

세상은 AI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먼저 결단한 도시가 앞서가고, 망설인 도시는 뒤처진다. IT, 반도체, 바이오를 놓친 대구가 AI마저 놓친다면 새로운 시대의 미아가 될 것이다.

꺼져가는 대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야 한다. 헬스케어 AI가 심장 박동기다. 대구시민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예산과 행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간이다. 이제 ‘보수의 심장’에서 ‘AI의 심장’으로 거듭날 때다.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대구의 심장을 AI로 뛰게 할 사람에게 소임을 맡겨야 한다. 보수냐 진보냐.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구가 사느냐, 죽느냐. 오직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글=김종갑 대신대학교 교양학과 특임교수·(인천)재능대학교 유통상품기획과 특임교수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