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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야! 나랑 놀자!] AI 못 타면 뒤쳐진다…앞으로 10년이 대구 산업 골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기록적 상승과 빅테크 주가 폭등은 우연이 아니다. 연산의 주체인 CPU·GPU 못지않게 거대한 지능을 실시간으로 지탱할 '메모리'의 가치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이 순간에도 우주...

[AI야! 나랑 놀자!] AI 못 타면 뒤쳐진다…앞으로 10년이 대구 산업 골든...

AI와 메모리 혁명 그리고 대구

구글·삼성전자·엔비디아 등

이들이 AI 시대 대표 전사들

세계가 이들과 함께 변신 서둘러

대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구 제조 DNA와 의료 자산에

AI 올려놓을 때 비로소 힘 실려

AI로 처방 내리고 공장 돌리고

그것이 대구가 그려야 할 청사진

삼성전자 16GB LPDDR5 모바일 D램.

◇육체와 지능의 해방

인류 문명의 역사는 기술과 인간 한계 사이의 거대한 투쟁의 기록이다. 약 20만 년 전 사피엔스의 등장이 그 시작이었다. 7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 사이의 인지 혁명, 약 1만 년 전후의 농업혁명. 그리고 연이은 기술 혁명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인류가 개발한 수많은 기술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압권은 18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이다. 강철의 심장을 가진 증기기관은 인류를 근육노동의 속박에서 해방했다. 그 후 역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룩했다. 사피엔스 등장 이래 인류는 비로소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지금, AI 혁명은 인류를 ‘지능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다. 이제 AI는 육체와 정신의 동시적 해방을 완성하려 한다. 강철의 심장과 초지능을 지닌 기계 인간의 등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엊그제까지 우리는 화면 속 생성형 AI와 대화하며 그 영리함에 경탄했다. 이제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라는 몸을 입고 물리적 공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가상 세계에 머물던 지능이 현실 세계를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신세계의 문을 열어젖힌 AI 혁명의 중심에는 반도체라는 강력한 엔진이 자리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기록적 상승과 빅테크 주가 폭등은 우연이 아니다. 연산의 주체인 CPU·GPU 못지않게 거대한 지능을 실시간으로 지탱할 ‘메모리’의 가치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이 순간에도 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호는 시속 약 6만 킬로미터로 태양계를 지나 먼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 그 명민한 두뇌도 추진력이 없었다면 영원히 지상에 묶여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CPU와 GPU가 존재한다 해도, 그 지능에 연료를 공급하는 메모리가 없으면 광활한 인간 사유의 세계를 유영할 수 없다.

◇천재 수학자의 칠판 사랑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가 있다. 그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려줄 방정식을 풀고 있다. 그에게는 오직 칠판만이 사유의 도구다. 180억 년 우주의 비밀을 푸는 방정식은 너무 길고 복잡하다. 칠판 한두 개로는 턱도 없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칠판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많은 칠판을 한 공간에 펼쳐두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대한 사유는 공간의 한계 앞에 가로막혔다.

그때 칠판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칠판을 극도로 얇게 만들어 포개는 방식이었다. 첨단 레일을 달아 수천 장의 칠판을 겹겹이 쌓되, 특정 수식이 적힌 칠판을 즉시 불러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이제 천재 수학자는 한 자리에 서서 수만 개의 칠판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풀이 과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공간의 속박에서 풀려난 그의 사유는 마침내 우주 탄생의 방정식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이 천재 수학자의 두뇌가 CPU·GPU라면, 칠판이 바로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상에서 가장 얇고 촘촘하게 쌓을 수 있는 칠판을 제공하고 있다. 그 고대역폭 메모리 위에서 전 세계의 AI 두뇌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AI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만큼, 그것을 지탱할 메모리는 더 넓고 정교해져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단순한 저장 공간을 넘어, 지능이 숨 쉬며 활동하는 가장 핵심적인 작업대가 되었다.

챗GPT·클로드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인간 수준의 대화를 구사하는 ‘뇌’에 해당한다. 이제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업무에 적용하는 거대행동모델(LAM)과 에이전트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세계모델(WM)까지 더해졌다. 드디어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라는 ‘피지컬 AI’로 완성되고 있다.

AI는 모니터라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물류 창고의 화물을 나르는 등, 사람이 사는 물리적 공간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2035년까지 피지컬 AI 기기와 인간형 로봇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며, 고성능 메모리의 거대한 수요처이자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두뇌인 CPU와 GPU보다 메모리가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다.

◇토큰이라는 이름의 수식 조각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브런치스토리’라는 온라인 글방이 있다. 오랜 시간 취미 삼아 그곳에 써놓은 글들을 최근 유료 멤버십 구독으로 전환했다. 독자들이 보내준 응원의 구독료 전액을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내린 결정이다.

5월의 신록이 눈부셨던 지난 월요일, 기부 약정을 위해 옛 제자가 자란 인천의 한 보육원을 찾았다. 아뿔싸. 가장 중요한 후원 내역 자료를 서재에 켜둔 PC에 두고 왔다. 당혹감이 스친 찰나, 나는 즉시 텔레그램을 열어 AI 에이전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 문서 폴더에서 후원금 파일을 찾아 지원 금액을 요약해 줘.”

잠시 후, AI는 물리적 거리를 지우듯 정확한 수치와 조건을 정리해 화면 위로 띄워주었다. 덕분에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이내 갈무리되었고, 안도 섞인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원장님과 나눌 수 있었다.

현재의 비서 AI가 만능은 아니다. 문서가 쌓일수록 처리 속도가 뚝 떨어진다. ‘토큰 병목 현상’이다. 메모리가 부족해지면 아무리 똑똑한 AI도 무력해진다. 마치 천재 수학자의 칠판이 수식으로 가득 차, 정작 중요한 새 풀이를 이어갈 빈 칠판이 사라진 것과 같다.

AI는 문장을 통째로 이해하지 않는다. 단어와 철자 단위로 잘게 쪼개진 ‘토큰(Token)’이라는 조각으로 세상을 읽는다. 복잡한 업무를 지시할 때 AI는 수천, 수만 개의 토큰을 작업 공간에 펼쳐놓는다. 수학자의 칠판 위 수식 조각들처럼, 수조 개의 토큰을 펼쳐놓을 칠판, 즉 메모리가 필요하다.

진짜 전쟁터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그것이 마음껏 숨 쉬며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메모리’라는 물리적 공간이다. 우리 기업이 만들어내는 얇은 실리콘 조각 하나하나가 인공지능이 사유하는 광활한 칠판이 되고 있다. 우리 역사 이래,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조각으로 세계의 지도를 주도한 적이 있었던가.

◇슈퍼 사이클의 실체

에이전트 AI가 사용할 토큰이 늘어날수록 메모리 용량은 커진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거대한 병목은 피할 수 없다.더 뛰어난 지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나타난다.

이 수혜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와 고객 맞춤형 AI 칩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판도를 주도한다. 메모리 패권. 그것은 현실이다.

◇장밋빛 전망 위에 드리운 그림자

전망이 밝은 만큼 위협도 날카롭다. 구글은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로 줄이는 압축 기술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기존 HBM보다 대역폭이 2.6배 빠른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메모리 독립’을 향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위기일까? 아직은 아니다. 대량 생산으로 전환되기까지는 통상 5~10년이 걸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 년간 쌓은 미세 공정 노하우와 생산 인프라는 신규 경쟁자가 단기간에 허물 수 없는 성벽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변수는 많다. 10년 안팎으로 등장이 예고된 양자컴퓨터도 관건이다. 현재 컴퓨터보다 1억 배 빠르다는 양자컴퓨터가 메모리 패권의 지형을 어떻게 뒤흔들지. 두 기업도 그 불확실성을 대비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조차 누가 장담하겠는가.

◇혁명의 시대와 대구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메타,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름만 나열해도 벅차다. 이들이 AI 시대의 전사들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전쟁이 끝나면 승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이들과 함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1970년대 섬유 수출로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를 받쳤던 대구. 그 위상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제조의 힘’은 가지고 있다. 이제 숙련된 제조 현장에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제조 도시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또 하나의 무기, 의료 인프라를 더해야 한다. ‘AI 의료·헬스 데이터 플랫폼’의 거점이 된다면 대구는 지능형 헬스케어 산업을 주도하는 메카가 될 수 있다. 피지컬 AI가 공장을 움직이고 에이전트 AI가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처방을 내리는 도시, 그것이 대구가 그려야 할 미래 설계도다.

대구의 제조 DNA와 의료 자산 위에 AI를 올려놓을 때 비로소 그 힘이 실린다. 앞으로 10년은 대구 산업에도 골든타임이다. 기술의 트렌드는 변하더라도, 그것을 제조와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대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고동칠 것이다. 역사의 격랑 앞에 선 지금, 이 도시를 이끌어갈 리더는 과연 누구인가.

글=김종갑 대신대학교 교양학과 특임교수·(인천)재능대학교 유통상품기획과 특임교수·출판사 ‘오후의 글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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