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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붐에 꽃 피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캐리어 “올해 관련 사업 매출...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글로벌 캐리어(캐리어) 본사 1층. 축구장 3개 규모(연면적 22만4000평방피트·5층)의 본사 건물 냉방을 책임지는 칠러(Chiller·냉각기) 두 대가 굉음을 울리며 작동하고 있었다.

AI붐에 꽃 피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캐리어 “올해 관련 사업 매출...

캐리어, 데이터센터 전용 ‘퀀텀 리프’로 시장 공략

칠러 품귀에 생산라인 늘리고 3교대 근무

오텍캐리어, 올 10월 CDU 한국 시장 도입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캐리어 본사에서 크리스찬 세누 캐리어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 부문 부사장(VP)이 자사 칠러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오로라 기자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글로벌 캐리어(캐리어) 본사 1층. 축구장 3개 규모(연면적 22만4000평방피트·5층)의 본사 건물 냉방을 책임지는 칠러(Chiller·냉각기) 두 대가 굉음을 울리며 작동하고 있었다. 고무 귀마개를 끼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칠러에 연결된 굵은 배관들이 쉴 새 없이 냉각수를 건물 곳곳으로 순환시키며 미세하게 진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찬 세누 캐리어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 부문 부사장(VP)은 “이 제품은 300톤급(하루에 300톤의 물을 얼음으로 얼릴 수 있는 제품)으로, 단 한 기만으로 이 건물 전체 냉방을 책임진다”며 “하지만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들어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는 2000톤급 초대형 칠러 수십 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캐리어와 같은 세계 선두 냉난방공조(HVAC)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경쟁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라는 것이다.

◇AI 붐에 꽃 피는 HVAC 산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캐리어의 공장에서 칠러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캐리어

구글·아마존·메타·오픈AI 등 미국 대표 AI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전통 HVAC 기업들도 날개를 달고 있다. 이들이 주력하던 가정용·건물용 냉난방 시장은 경기 침체로 수년간 정체된 상황이었는데, 1GW(기가와트) 이상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면서 냉각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일반 가정은 냉방 시설이 고장 나도 더위를 좀 견디면 되지만 데이터센터는 AI 칩이 과열로 타버리고, 대규모 셧다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빅테크들이 첨단 GPU 못지않게 신뢰도 높은 냉각 설비 선점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세누 부사장은 “고객사명을 밝힐 순 없지만, 미국에서 추진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대부분에 우리가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캐리어 본사 2층에는 실제 회사가 사용 중인 서버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서버룸의 문을 열자 냉각을 위한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세누 부사장은 “지금까지 서버들은 ‘공기 냉각’으로도 충분했지만, 열을 훨씬 많이 내뿜는 AI 데이터센터는 액체 냉각이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값비싼 반도체 위로 냉각수가 흐르는 배관을 직접 설치하고, 열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캐리어는 지난해부터 서버 위에 흐르는 냉각수를 차게 해 배분하는 ‘냉각분배장치(CDU)’도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앞서 2021년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엔라이트를 인수했다. 올해부터 캐리어는 전통 주력 상품인 칠러부터 CDU,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퀀텀 리프’ 제품군을 선두로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세누 부사장은 “캐리어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024년 5억달러에서 지난해 10억달러로 성장했고, 올해는 퀀텀 리프를 앞세워 전년보다 50% 성장한 15억달러(약 2조2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며 “캐리어처럼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의 대부분 항목을 모두 제공하는 기업은 드물고, 그만큼 냉각 효율 면에선 우리가 업계 선두 주자”라고 했다.

◇오텍캐리어, 퀀텀 리프 한국에 이식

한국의 오텍캐리어는 올해 10월 킨텍스에서 열리는 한국냉난방공조전(하프코)에서 캐리어의 CDU를 전시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건물·가정용 칠러 제품을 전시해 왔다면, 이번에는 CDU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통합 패키지 제품을 전면에 세운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오텍캐리어 본사에서 임승철 부사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임승철 오텍캐리어 부사장(연구소장)은 “캐리어의 CDU는 서버를 식히고 돌아온 냉각수와 칠러가 보내온 냉각수 사이의 온도 차가 2도에 불과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경쟁사는 약 4도가 차이 나는데, 차이가 2도 줄어든다는 것은 전기료가 10~15% 정도 절감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세누 부사장은 “한국이 IT 선진국인 만큼, 한국에서 성공 사례가 캐리어의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검증하는 중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텍캐리어와 협력으로 한국 IT 기업들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며 캐리어는 물론 오텍캐리어의 생산 구조도 바뀌고 있다. 캐리어는 지난 2년간 데이터센터용 칠러 생산 능력을 4배로 늘렸고, 공장을 3교대로 가동하며 올해도 데이터센터 제품 생산 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오텍캐리어 역시 올해 광주에 있는 공장의 가정용 에어컨·열차용 냉방 제품 생산 라인 중 일부를 데이터센터용 칠러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임 부사장은 “향후 3~5년 사이에 한국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20~30%가 액체 냉각으로 급격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오텍캐리어도 이에 맞춰 사업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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