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게이밍 PC 가격 오르며 이용자 진입장벽 커지자
권장 사양 낮추고 클라우드 도입하며 '문턱 낮추기' 나서
메모리 반도체. 사진=연합뉴스
게임업계가 치솟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콘솔 기기와 PC 부품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게임사들은 사양이 낮은 기기에서도 고품질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되도록 하는 '최적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임업계 덮친 AI발 메모리 공급난...콘솔·PC 가격 '들썩'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콘솔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소니 그룹은 내달 2일 미국 시장 내 플레이스테이션5(PS5) 가격을 모델별로 최대 150달러(약 22만원) 인상한다. 지난해 8월 가격을 50달러 올린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닌텐도 역시 지난해 8월 스위치 1의 가격을 모델별로 30~50달러씩 높였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엑스박스(Xbox) 기기 값을 인상한 바 있다.
PC 부품의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PC부품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16GB DDR5 램(RAM) 가격은 지난해 1월 최저가 기준 5만~6만원대에서 이달 말 기준 31만원대까지 치솟으며 불과 두 달여 만에 5배가량 폭등했다. 데이터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가격 역시 지난 1월 25만원에서 현재 32만원으로 올랐다.
30일 PC부품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공개된 램(RAM) 가격. 사진=다나와 홈페이지 캡쳐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구조 변화가 있다.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칩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다. 수급 불균형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KB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오는 2030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이 게임 수요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가격이 높아질수록, 이용자들이 최신 콘솔이나 고사양 PC를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느끼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AAA급(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고사양 게임을 원활히 구동하기 위해 DDR5 16GB 메모리 두 개를 구입할 경우 현재 시세로는 램 구매에만 8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에 1TB(테라바이트)급 고성능 SSD와 중상급 그래픽카드(GPU)까지 더하면, 과거 200만 원대 중반이면 맞출 수 있었던 게이밍 PC 견적이 단숨에 30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뛰게 된다.
이 같은 우려는 업계 안팎에서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 역시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램 가격 상승은 향후 몇 년 동안 하이엔드(고사양) 게임 생태계에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저 이탈 막아라"…진입장벽 낮추며 '최적화' 총력전
'신더시티' 대표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이에 따라 게임사들은 저사양 환경에서도 원활한 게임 운영이 가능하도록 최적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출시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권장 PC 그래픽카드 사양을 기존 RTX 4070 슈퍼급에서 RTX 2080 수준으로 낮췄다. 아울러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와의 협업을 통해 고사양 PC 없이도 월 구독 방식으로 스트리밍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혔다.
트리플 A급 신작 출시를 앞둔 다른 대형 게임사들의 행보도 비슷하다.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작 ‘신더시티’를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와 자회사인 넥슨게임즈를 통해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개발 중인 넥슨 역시 최적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권장 사양이 높아질수록 실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용자 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 확보 차원에서 사양이 낮은 PC에서도 원활히 즐길 수 있도록 권장 사양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환경 변화가 오히려 국내 게임사들에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분석도 나온다. 오랜 기간 다양한 PC 환경을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며 축적해 온 최적화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은 출시 당시 글로벌 게이머들로부터 최적화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사양이 낮은 휴대용 게이밍 PC인 '스팀덱'에서도 끊김 없이 구동되는 영상이 글로벌 커뮤니티인 레딧 등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출시한 붉은사막 역시 뛰어난 그래픽으로 최적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실제 출시 때는 생각보다 저사양 컴퓨터로도 돌아가는 최적화로 찬사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PC 환경을 전제로 서비스를 운영해 온 만큼 최적화 경험이 풍부한 편”이라며 “이 같은 강점이 고사양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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