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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로 진화하는 정부와 도시 (2)] 에스토니아의 지능형 일자리 매칭 시스...

최근 인공지능(AI)은 교통, 환경, 복지, 일자리, 민원 서비스 등 다양한 행정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은 AI를 활용해 도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시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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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진화하는 정부와 도시 (2)] 에스토니아의 지능형 일자리 매칭 시스템(OTT)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6.04.02 00:30

ㅣ 수정 : 2026.04.02 00:30

[기사요약]

AI가 바꾼 에스토니아 고용 정책

머신러닝 재실업 위험예측 시스템

취업률 넘어 고용 지속성 강화

최근 인공지능(AI)은 교통, 환경, 복지, 일자리, 민원 서비스 등 다양한 행정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은 AI를 활용해 도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시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는 AI를 기반으로 행정 혁신과 도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해외 정부와 공공기관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취업은 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구직 시장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시대다.

문제는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적합성’이다. 개인에게 맞지 않는 일자리는 결국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경력 단절을 넘어 국가적 비효율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용 행정은 여전히 ‘실업 이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구직자가 발생하면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미스매치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가장 선도적으로 돌파한 사례가 바로 에스토니아다.

• 위기에서 출발한 ‘머신러닝 기반 의사결정 지원’ 모델

에스토니아의 일자리 매칭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위기에서 출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이 19.5%까지 치솟으며 기존 고용 행정은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감당할 수 없었고, 에스토니아는 ‘더 많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처리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머신러닝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이른바 OTT다.

이 시스템은 구직자의 임금 이력, 교육 수준, 건강 상태, 거주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일자리 연결을 넘어 일정 기간 내 재실업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고용 정책의 초점이 ‘취업’에서 ‘고용의 지속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시스템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AI는 추천과 예측을 담당하고, 최종 판단은 상담원이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기술 도입에 따른 조직 저항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기반 분석과 현장의 경험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 도입 과정의 장벽, ‘인간 중심’의 대책으로 극복

에스토니아의 시스템 도입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현장 상담원들 사이에서는 AI가 자신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업무를 감시하는 도구로 작동할 것이라는 불안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저항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공 행정에서는 그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 기획 단계부터 상담원들을 참여시켜 알고리즘 설계에 현장의 경험을 반영했다.

AI를 ‘대체재’가 아니라 ‘조력자’로 정의하고,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내리는 구조를 명확히 하면서 조직 내부의 신뢰를 확보했다. 기술보다 설계 철학이 저항을 낮춘 셈이다.

기술적 과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하면서도 보안을 유지해야 했고, 서로 다른 데이터 형식을 통합하는 문제도 존재했다.

에스토니아는 분산형 데이터 교환 구조로 이를 해결하는 한편,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 취업률 넘어 ‘고용의 질’과 ‘행정 효율’ 동시에 잡다

에스토니아의 일자리 매칭 시스템이 만들어낸 변화는 취업률 개선을 넘어선다.

가장 주목할 점은 ‘고용의 지속성’이다. AI의 추천을 통해 취업한 구직자의 6개월 후 고용 유지율은 72%로, 기존 상담원의 판단에만 의존했을 때의 58%보다 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더 많은 사람을 취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적합한 일자리에 연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과거 약 60분이 소요되던 실업 등록 절차는 자동화를 통해 10분 수준으로 단축되었고, 이는 약 80% 이상의 시간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가 줄어들면서 상담원들은 보다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구직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공공 서비스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곳에 역량이 재배치되면서 질과 효율이 함께 높아졌다.

• AI 도입의 본질, 행정 프로세스 혁신과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AI 도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행정의 재설계에 있다.

단순히 시스템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데이터가 통합되고,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며, 현장의 업무 방식까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 역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고용·복지·교육 데이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절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구직자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AI를 정보 제공 도구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현장의 판단을 보완하는 의사결정 지원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인공지능이 행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국민은 그 판단의 근거를 요구하게 된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 없이는 어떤 기술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에스토니아의 경험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 노재범(Jaebum Noh) ▶

KAIST 경영공학박사 /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 자문위원 / (전) 삼성 멀티캠퍼스 전무 / (전) 삼성 SERICEO 대표이사 / (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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