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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로 아끼고 자원화하고"… 과학이 막는 '식품낭비'

삼성전자는 현재 비스포크 냉장고 모델들에 'AI 비전 인사이드(AI Vision Inside)'을 적용하고 있다. 카메라로 냉장실에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관리하는 기능이다. 식품 입고일을 토대로 보관 기한을 관리해준다. 다만...

"AI로 아끼고 자원화하고"… 과학이 막는 '식품낭비'

[식품과잉, ‘풍요의 역설’②]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가 식품 낭비다. 이에 인공지능부터 분해효소를 활용한 자원화 등 식품 폐기물 저감 기술 개발에 전 세계 연구자들이 매진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누가 알리오, 밥상 위 밥이(誰知盤中飧) 알알이 농부의 피땀이라는 것을(粒粒皆辛苦).”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신(李紳)의 시 ‘민농(憫農)’의 한 구절이다. 음식이 얼마나 귀한 노동의 결과인지, 우리가 먹는 한 끼 식사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하지만 지금 음식은 더 이상 ‘귀한 존재’가 아니다. 너무 많이 생산된 음식물은 그냥 버려지기까지 한다.

다만 모든 것엔 ‘가격표’가 붙어있다. 음식물 쓰레기에 붙은 가격표는 ‘기후변화’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가 식품 낭비다. 최근 전문가들이 현재 식품 과잉 생산·소비 행태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분야 연구에 매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식품 절약의 새로운 해법 제시한 AI

얼마 전 집의 냉장고 청소를 했을 때다. 냉동실 안쪽에 사놓고 잊어버린 냉동식품이 잔뜩 있었다. 아직 뜯지도 않은 것들이었지만 유통기한이 2년 이상 지나 있었다. 아깝긴 했지만 혹시나 상했을 우려가 있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누구나 한번 해봤을 법한 경험일 것이다. 식품을 사놓고 잊어버려 다시 사는 것 말이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다수 누적될 경우 막대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유발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실시간 식품의 소비부터 배출까지 AI가 모니터링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기술 개발은 국내외 연구진들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음식물 쓰레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는 AI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약 900개 가정 주방에 해당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 결과, 도입 3개월 만에 각 주방은 평균 29%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장단기 메모리(LSTM) 기반 합성곱 신경망(FCN) AI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AI모델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뭘 버리는지, 버리는 재료가 사용 가능한지, 또 냉장고 등 보관 장소에 남은 재료가 있는지를 알려줬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 예측량을 미리 알려줘 조리 시 양 조절을 하도록 만들었다.

코넬대 연구팀은 “AI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 음식물 쓰레기 분류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추가한 결과, 1년 후 주방 내 발생 음식물 쓰레기가 추가 30% 감소했다”며 “특히 주방 규모가 작은 가정, 뷔페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시스템 도입 이후 최대 음식물 낭비가 두 배 가까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AI는 식품 과소비 자체를 막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세계자연기금(WWF)’이 2022년 ‘태평양 연안 음식물 쓰레기 공약(PCFWC)’과 함께 진행한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저감 솔루션’ 사례에서 확인 가능하다.

테스트에 사용된 AI모델은 미국의 푸드테크 전문 기업 ‘어프레쉬(Afresh)’와 ‘쉘프 엔진(Shelf engine)’에서 개발한 것이다. AI는 미국 내 식료품 매장 구매 시스템에 적용됐는데, 소비자가 고른 식품의 유통기한, 구매량 등을 측정한 후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실험 결과, 각 매장 당 평균 식료품 구매 낭비가 1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WWF에 따르면 이 솔루션을 미국 식료품 매장 전체에 적용하면 연 평균 90만7,372톤의 음식물 쓰레기 저감이 가능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1,33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AI는 식품 과소비 자체를 막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이 2022년 ‘태평양 연안 음식물 쓰레기 공약(PCFWC)’과 함께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저감 솔루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각 식료품 매장 당 평균 식료품 구매 낭비가 1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韓과학자들의 연구

AI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기술을 사용, 음식물 쓰레기 저감 및 식품 과소비 감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서는 대표 연구기관으로 ‘한국식품연구원(식품연)’이 있다. 현재 식품연의 음식물 쓰레기 저감 연구는 크게 △발생 저감 기술 △자원화 및 업사이클링 기술의 두 가지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발생 저감’은 말 그대로 식품 저장과 유통과정에서의 품질 저하 최소화, 소비기한 설정, 품질 변화 예측 기술 개발을 통해 폐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자원화 및 업사이클링’은 식품 부산물과 음식물류 폐기물을 효소 및 미생물을 활용,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이영경 식품연 발효융합연구단 단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식품연에서는 식품 유래 폐기물 문제를 단순한 처리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닌 ‘식품 생산–유통–소비 전주기 관점의 자원 순환 문제’로 인식해 연구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연의 대표적 연구 성과로는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연구’가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김치연구소·한국한의학연구원 협력해 시작한 ‘식품산업 업사이클링 국가 융합연구’의 일환이다. 기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한 단계 발전시킨 ‘교차경제(Cross Economy)’ 개념의 연구라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식품연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식품 폐기물에 있는 탄소·수소·산소(CHO) 기반 유기구조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식품·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존 식품 폐기물의 단순 추출이나 가공을 넘어 새로운 자원화 단계로 넘어가는 연구라 볼 수 있다.

이영경 단장은 “한국은 음식물류 폐기물 분리수거가 제도화돼 있다”며 “때문에 별도의 수거 체계를 추가로 구축하지 않더라도 자원화 공정과 연계할 경우 원료 확보 측면에서 높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연구는 △생분해 촉매(효소) 응용모델 기술 개발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식품 폐기물은 고염도, 산도, 무기이온 등 복합적 특성을 가진다. 이에 식품연은 분해 효율을 높이는 적합 효소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출연연 간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응용모델 개발 연구는 식품연에서 개발한 효소를 바이오가스 전환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영경 단장은 “이번 연구는 식품 폐기물의 특성을 고려한 기반 기술 개발과 산업 적용 모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자원순환형 식품·바이오 산업으로의 확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 저감 기술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시장 트렌드로도 떠오르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최신 냉장고 제품에  ‘AI 비전 인사이드(AI Vision Inside)’을 적용하고 있다. 카메라로 냉장실에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관리하는 기능이다. 식품 입고일을 토대로 보관 기한을 관리해준다. / 삼성전자

◇ 음식물 쓰레기 저감, 새로운 시장으로 발돋움

음식물 쓰레기 저감 기술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시장 트렌드로도 떠오르는 추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식품 폐기물 저감 시스템 산업 규모는 817억8,000만달러(약 120조4,455억원)으로 추산된다. 오는 2034년에는 1,321억7,000만달러(약 194조6,99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레지던스리서치는 “지속가능한 식품 폐기물 관리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는 공급망의 여러 단계에 도입 가능한 첨단기술 개발에 기인한다”며 “지역별로는 북미가 35%의 최대 점유율을 차지했고 아시아 태평양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 세계 친환경 산업 트렌드의 중심인 유럽에서는 관련 기술이 실제 상품·서비스로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오비스크(Orbisk)’가 개발한 AI기반 완전 자동화 음식물 쓰레기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오비스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1년 간 저감한 음식물 쓰레기는 약 1,900톤 규모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6,100톤이 줄었으며 139억리터의 물 절약 효과가 있었다.

국내서도 주요 가전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이 제품에 탑재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현재 비스포크 냉장고 모델들에 ‘AI 비전 인사이드(AI Vision Inside)’을 적용하고 있다. 카메라로 냉장실에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관리하는 기능이다. 식품 입고일을 토대로 보관 기한을 관리해준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러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저감의 핵심은 소비자 과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중국 난징임업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달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식품 손실 및 낭비(FLW)’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59%가 과잉 소비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영경 단장은 “소비자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출발점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선택 환경 조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생산자는 소비자 수요를 정밀하게 반영한 제품을 설계하고 소비자는 제품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의 필요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소비자 과소비 문제는 식품 자체의 개선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포장 기술, 유통 전략, 제품 설계, 정보 제공, 소비자 교육 등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주기적 접근이 함께 이뤄질 때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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