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공개한 AI 사이버 보안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 화면. 앤트로픽은 자율형 AI 모델을 활용해 기업·정부기관의 보안 취약점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앤트로픽]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단순한 챗봇 단계를 넘어 실제 사이버 보안 전장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치권과 글로벌 IT 업계가 동시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율형 AI 보안 모델 ‘미토스(Mithos)’의 위협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유하던 기존 정책을 수정하면서, AI 기술이 ‘방어 도구’인지 ‘새로운 무기’인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최근 미토스 사용자들이 발견한 사이버 보안 취약점과 공격 위험 정보를 다른 기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엄격한 기밀 유지 중심 정책에서 한발 물러선 조치다.
미토스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보안 분석 AI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인간 보안 전문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스템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 가능 경로를 분석하며, 일부 상황에서는 해킹 도구 수준의 자동화 코드까지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안업계에서는 “AI가 해커와 보안 전문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현재 앤트로픽은 글로벌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통해 약 50개 주요 기업과 정부기관에만 미토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참가 기관들에 강력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요구했지만, 최근 들어 “긴급한 사이버 위협은 외부 기관과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며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실제 미국 민주당 소속 조시 고트하이머 하원의원은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사이버 위협 정보는 특정 대기업만 독점해서는 안 된다”며 병원·공공시설·에너지 기업 등 핵심 인프라 기관들도 빠르게 정보를 공유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논란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이유는 AI가 이제 단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기반 자동 해킹 기술이 금융·전력·통신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보안 연구진은 “향후 2~3년 안에 AI가 인간 해커보다 더 빠르게 취약점을 찾아내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거세다. 보안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할 경우 악의적 조직이나 국가 단위 해커 집단이 해당 정보를 역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선임연구원은 “AI 기반 보안 시스템은 방패이면서 동시에 칼이 될 수 있다”며 “통제되지 않은 정보 확산은 오히려 대규모 사이버 공격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지난달 미토스에 대한 무단 접근 시도가 발생하자 자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백악관 역시 AI 사이버 모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감독 강화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며, 의회도 향후 수주 내 AI 안전 규제 법안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닌 “AI 시대의 핵무기 통제 논쟁”으로 바라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을 흔들었다면, 자율형 보안 AI는 이제 국가 안보와 전쟁, 금융 시스템까지 흔들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AI를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AI가 사이버 범죄를 막는 최강의 방패가 될지, 통제 불가능한 디지털 무기가 될지는 이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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