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확산 속 알고리즘 ‘군집투자’ 현상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사진=ChatGPT]
[뉴시안= 송서영 기자]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알고리즘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군집투자’ 현상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알고리즘 간 매매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낙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이를 가격 형성 기능을 약화시키고 시장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했다. 향후 AI 기반 투자 확산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관리와 감독이 강화돼야 할 전망이다.
# 변동성 커질수록 강화되는 알고리즘 ‘동조화’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리밸런싱하는 알고리즘 기반 투자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2016년 도입 이후 빠르게 확산되며 투자 저변을 넓혀왔다. 특히 지난해 3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퇴직연금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영향력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 수는 약 38만 명, 운용 자산은 1조2000억 원 수준까지 늘었다.
특히 투자 일임형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 투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장이 불안정해질수록 알고리즘 간 투자 판단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략이 경쟁하며 가격을 형성해야 할 시장에서, 오히려 동일한 방향으로 매매가 쏠리는 ‘동조화’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반 투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구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알고리즘이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할 경우, 시장에서 앞서 움직인 투자자의 전략을 따라가는 ‘최적 군집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합리적 편향을 줄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특정 방향 쏠림을 키워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투자 주체 간 행동이 유사해지는 군집 현상이 강화되며, 알고리즘 트레이딩 비중이 높을수록 그 영향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락장에서는 수익률 격차가 줄어들며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시장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로보어드바이저 간 수익률 분산이 축소되며 군집 현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찰됐다.
# 글로벌 규제당국 대응 본격화…AI 투자 리스크 관리 필요
이에 따라 주요국 규제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 의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권의 AI 활용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 피해와 금융 불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이버 보안과 소수 빅테크·클라우드 기업 의존, 알고리즘 군집 현상 등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영란은행과 금융감독청(FCA)에 AI 기반 투자 확산에 대비한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을 권고했다.
미국도 대응에 나섰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6년 감독 우선순위’에서 자동화 투자 도구와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일반 투자자, 특히 개인 및 고령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AI 기술이 투자 의사결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만큼, 예상치 못한 시장 왜곡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활용 증가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본격 확대될수록 감독 공백이 금융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하방 국면에서 낙폭 확대나 가격 발견 기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운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함께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투자 시대에는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을 함께 관리하는 정책 대응이 핵심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