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2026, 초고령사회 AI 활용 방안 논의
"급성기 치료로 병원 역할 축소" 전망도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병원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의료기관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장 전문가들은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도구가 아닌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가치 중심의 도구로 활용해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한병원협회가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한 'The 17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6(KHC 2026)'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이날 '초고령사회와 AI 파도 속에서 병원은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AI가 의료기관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10년 뒤 병원이 지속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더 성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병원 순위와 간판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성장하는 만큼 병원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거시 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혁신하는 병원과 과거의 경로 의존성에 머물러 있는 병원 사이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나군호 헬스케어연구소장도 "헬스케어 산업 자체는 전망이 밝다"면서도 "AI이 도입이 평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상위 그룹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새로운 기술을 잘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바꾸는 병원은 훨씬 더 앞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뒤처진다고 바로 망하지는 않겠지만 수익률 격차는 분명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AI 기술 발전이 병원의 전통적인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만성질환 관리는 자주 연락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해 조언을 주는 과정인데,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면에서는 인간보다 AI나 전산의 힘을 빌리는 게 더 쉽다"며 "데이터 분석과 판단 기술이 확립되면 의료진이 개입할 여지는 매우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급성기 치료가 의료기관의 메인 영역으로 남고, 나머지는 플랫폼 기반으로 소수의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관리하는 체계가 되면서 병원의 역할은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홍석철 교수는 AI를 단순 비용 절감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홍 교수는 "AI는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비용 절감 기술이면서 동시에 고난도 진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라며 "병원이 비용 효율화만을 위해 AI를 도입하기보다는 의료진의 판단력과 치료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절감 목적에만 집중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AI의 가치는 결국 의료진과 보완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보조를 받더라도 최종 책임과 안전의 주체는 병원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홍 교수는 "현재의 진료비 지불 제도 하에서 AI를 비용 절감 목적으로만 활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진정한 혁신은 투입 대비 성과를 높이는 노력이 보상받는 가치 중심 지불 제도로 연결되어야 한다. 병원이 단순히 치료를 많이 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 관리를 잘 관리해서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어야 AI 기술도 올바르게 정착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박수성 기획조정실장도 '환자 안전'과 '전문성'이라는 본질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허브가 병원이 돼야 하는 이유는 결국 정보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지로서의 역할이 의료기관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환자 안전이다. 환자 안전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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