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품고 문화 입은 전남광주…K컬처 생산기지로 키워야
광주일보 ‘아트테크, 현주소와 전망’ 전문가 대담
김허경 G.MAP 센터장·진시영 미디어아트 작가
지역문화자산 디지털화…연구·창작·교육·산업 연결 거버넌스 구축 시급
대학·기관·기업 협력 전문인력 양성…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마련을
2026년 07월 23일(목) 19:20
광주일보가 주최한 ‘아트테크, 현주소와 전망’ 전문가 대담이 G.MAP에서 지난 22일 열렸다. G.MAP 미디어 파사드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진시영 미디어아트 작가(왼쪽)와 김허경 센터장.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전남광주시 출범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그동안 광주가 축적해온 인공지능(AI)·미디어아트 기술에 전남 각 지역의 풍부한 문화자산을 결합해, 지역을 새로운 K컬처 생산기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일보는 지난 22일 전남광주시 남구 구동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지맵)에서 ‘아트테크, 현주소와 전망’를 주제로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김허경 지맵 센터장과 진시영 미디어아트 작가가 참여했으며 박성천 광주일보 문화부장이 진행을 맡았다.
참석자들은 전남광주시 출범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문화와 기술을 결합하는 시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역 문화자산의 체계적인 수집·보존과 함께 연구, 창작, 교육, 산업을 연결하는 거버넌스 구축과 관련 조례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다음은 대담 내용.
-전남광주시 출범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아트테크’로 연계할 방안은.
▲김허경 센터장(이하 김 센터장)=전남광주에는 AI 기술뿐 아니라 시·군·구별로 다양한 유·무형 문화자산과 관련 기관이 있다. 통합을 계기로 각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기관마다 개별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AI와 미디어, 문화예술 분야에서 역할을 나누고 공동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진시영 작가(이하 진 작가)=광주는 빛의 도시이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이다. 또한 AI와 반도체 기반을 갖추고 있다. 광주가 기술과 창·제작의 플랫폼을 맡고 전남은 고유한 문화자산과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관광과 창업으로 확장하면 전남광주가 K컬처 생산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지역 문화자산을 아트테크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 센터장=원천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우선이다.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가 전남광주의 정체성과 경쟁력 있는 IP를 결정한다. 축적한 자료를 AI 학습과 작품 제작, 전시, 관광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야 한다.
구심점으로 (가칭)‘디지털미디어보존센터’를 제안하고 싶다. 지역 자료를 수집·복원·연구하고 전남광주에 특화된 AI 학습모델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결과물을 국내외에 유통하는 기능까지 갖춘다면 지역 전체를 하나의 디지털 미술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진 작가=해남과 진도의 강강술래처럼 지역에는 아직 제대로 디지털화되지 않은 자산이 산재한다. 이를 서둘러 기록하고 동시대 기술로 재해석해야 한다. 광주가 축적한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청년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창업할 기회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과 기술, 산업을 잇는 과정에서 어떤 협력 체계가 필요한가.
▲진 작가=미디어아트는 예술가 한 명이 기술과 행정, 기획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기관과 기업, 대학, 전시 공간, 예술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현재는 분야별 장벽(칸막이)이 높아 각자 활동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특히 행정과 예술, 기술의 언어를 이해하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행정가와 예술가 사이를 중개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연결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작품과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센터장=협력이 일회성 자문이나 업무협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동사업과 예산 분담, 콘텐츠 IP의 소유·활용 방식까지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와 문화기관, 민간, 대학의 논의가 정책과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
AI와 문화콘텐츠 융합을 촉진할 조례도 마련해야 한다. 문화정책뿐 아니라 도시개발과 관광까지 연계해야 아트테크가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해외 미디어아트 기관과 비교했을 때 광주에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김 센터장=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와 독일의 ZKM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창작과 교육, 보존, 출판, 레지던시를 함께 운영한다. 반면 광주는 연구와 창·제작, 교육이 기관별로 나뉘어 장기적인 성과를 쌓기 어렵다. 단순히 기술을 예술에 적용하는 것과 지역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왜 전남광주에서 두 분야를 결합해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담론이 중심에 놓여 있어야 한다.
▲진 작가=해외 기관을 찾아가 보면 전시뿐 아니라 제작과 출판, 교육, 레지던시 등이 한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체계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기록과 경험을 축적한 결과다. 광주에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선정 이후 1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와 반도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아트테크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은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
▲김 센터장=AI와 미디어아트를 산업으로 발전시키려 해도 이를 수행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대학의 라이즈(RISE) 사업과 AI·반도체 특성화 교육을 문화예술 분야와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 대학이 기술자뿐 아니라 창작자와 기획자, 코디네이터 등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주체가 돼야 한다.
산업과 시설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대학과 기관, 기업이 협력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이 졸업한 뒤에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활동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진 작가=교육은 대학이라는 울타리 내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고교와 시민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유네스코에서도 창의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때 젊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지, 시민이 문화를 누리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현재 미디어아트 관련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안타까움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졸업 후 미디어아트와 융복합 콘텐츠를 지역의 실제 일자리로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학교와 지자체, 행정기관, 문화기관이 함께 교육과 현장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문화와 기술을 잇는 첨단 문화산업이 성장한다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리=장혜원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