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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AI 투자 멈출 수 없는데 현금 바닥…빅테크 “기술 넘어 자금 전쟁”

메타발(發) 시장 경색에 갈 길이 바쁜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행보가 가로막히고 있다. 주요 빅테크의 투자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자체 자금과 회사채 발행, 순환 금융까지 쓸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프랑스에서 열린 ‘비바 테크놀로지’ 행사에서 메타 사명이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타발(發) 시장 경색에 갈 길이 바쁜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행보가 가로막히고 있다. 주요 빅테크의 투자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자체 자금과 회사채 발행, 순환 금융까지 쓸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테크들은 넘치는 수요는 여전하다면서 자금 조달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5개사의 설비투자액은 내년 1월 총 9455억 5000만 달러로 2023년 1월 대비 약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이들의 잉여현금흐름은 2231억 1000만 달러에서 -28억 7000만 달러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을 냉각시킨 것은 메타의 투자 속도전이다. 메타는 이날 8250억 달러(약 110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AI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운영·금융 리스(lease·임대) 규모가 3557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는 2036년까지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임대료가 포함된다. 타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취소 불가능한 별도의 장단기 계약액이 절반 이상인 4545억 달러이며, 5년간 의무 클라우드 용량 구매액인 최대 147억 달러를 합하면 약정액은 총 8250억 달러가 된다. 올 7월 말 공시했던 7000억 달러와 비교해 석 달 만에 1250억 달러가 불었다.

메타의 발표 직후 메타가 신용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 거래일보다 8.9bp(bp=0.01%포인트) 오른 119.3bp로 치솟았다. CDS는 기업 부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판매하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다. AI 에이전트(비서) ‘뮤즈’ 효과로 전날 역대 최고 3분기 매출 기록을 썼다가 분위기가 하루 만에 냉탕으로 변한 셈이다.

메타는 빠른 자금 조달을 위해 내년 1월 의결권 없는 보통주(클래스C)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존 주주에게 보유 주식 1주당 신주 1주를 배당한 뒤 일정 기간 후 같은 형식의 신주를 발행해 시장에 매도한다.

적자 논란이 불거진 앤트로픽 역시 기업공개(IPO)를 예정대로 강행하려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앤트로픽도 이르면 이달 말 증권 신고서를 공개하고 다음 달 중순 IPO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올 상반기에만 컴퓨팅 용량과 인프라 확보 등에 90억 달러를 지출했고 앞으로 최대 10년까지 컴퓨팅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할 계약 규모도 450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추진 중인 추가 협상까지 더하면 지출은 최대 7500억 달러(약 992조 7750억 원)로 불어난다.

내년 IPO를 앞둔 오픈AI 역시 기업가치 목표를 기존 1조 4000억 달러에서 1조 2500억 달러로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가치 목표가 너무 높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시장 전반적으로 빅테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는 자금 조달 속도전의 명분이 되고 있다. 메타는 “알파벳·스페이스X·앤트로픽·오픈AI 등의 대규모 AI 자금 조달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먼저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GTC 2026’에서 AI 투자 확대의 걸림돌은 수요 부족이 아닌 자금 조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려가 집중되고 있는 코어위브·네비우스·아이렌 등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기업에 대해서도 수요가 그래프 도면을 벗어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운전자본”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들의 행보는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사모 시장의 자금을 더 끌어올리는 한편 미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 대출 보증, 융자, 보조금·세제 혜택, 정부의 장기 구매 계약 등을 데이터센터 지원 방안으로 명시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업계는 이 같은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행정명령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관련 에너지·제조·인프라 사업도 포함돼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스스로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전력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지원 제도를 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빅테크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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