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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전력수요 못 버텨"...빅테크 기후목표 흔들

팩트북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삼성SDS·LG CNS·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주요 IT 기업 5곳의 데이터센터 물 취수량은 2024년 기준 총 22억4400만 리터에 달했다. 또 현재 투자 계획이 공개된 국내 상위 10개 AI 데이터센터만...

"AI 전력수요 못 버텨"...빅테크 기후목표 흔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데이터센터 확대가 국가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탄소중립 목표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기후목표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던 청정에너지 목표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시대 전력수요와 탄소중립 목표가 충돌하는 모습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Bloomberg)는 7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가 203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100/100/0' 목표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100/100/0'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021년 발표한 대표적인 청정전력 목표다. 단순히 연간 전력 사용량만큼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을 시간 단위까지 맞춰 같은 전력망 안에서 100% 무탄소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급격히 치열해지면서 기존 기후목표 현실 가능성에 대한 내부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은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자사 배출량이 챗지피티(ChatGPT) 등장 이전 시기와 비교해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메타(Meta)는 64%, 구글(Google)은 51%, 아마존(Amazon)은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보고서에서 AI와 클라우드 확장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력 구조 역시 변하고 있다. 블룸버그NEF(BNEF)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5년까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보다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과 가스발전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미국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대규모 가스발전소 투자 문제를 놓고 미국 에너지기업 쉐브론(Chevron)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비용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말까지 데이터센터 확대 등을 위해 약 190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라 회사 내부적으로 기후 대응 예산 역시 재검토 압박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산업 성장 속도가 기존 탄소중립 전략과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AI 지속가능성 부문 책임자를 지낸 보리스 가마자이치코프(Boris Gamazaychikov)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초대형 기술기업들과 기후목표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라며 "기존 시스템은 현재 상황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규제 없이 괜찮을까?

최근 국내에서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물 소비 문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별법은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일정 기간 내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자동 승인으로 간주하는 '타임아웃제',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대상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 등을 담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조항이 논란 끝에 제외됐다.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는 7일 공동 팩트북 <AI 데이터센터의 진실>을 발간하고, 특별법이 인허가 간소화와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나 입지 관리 체계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물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체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짓기 쉽게 만드는 데에만 집중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단순한 산업 육성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국가 전력망과 기후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팩트북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3년 기준 총 314개이며 이 가운데 약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자료 'AI데이터센터의 진실 팩트북')/뉴스펭귄

문제는 전력 생산과 소비 불균형이다. 2024년 기준 서울 전력자립률은 약 12%, 경기는 62% 수준인 반면 전남은 213%에 달한다. 전력은 지방에서 생산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팩트북은 이런 구조가 장거리 송전망 건설 갈등과 전력망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속도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3년 5TWh에서 2027년 14.8TWh, 2038년 3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울산광역시 전체 연간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여름철 최대 전력 기준으로 보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3년 0.6GW에서 2030년 3.3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체들은 "일반적인 원전 1기 설비용량이 약 1GW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전 2.7기가 추가로 필요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력수요는 정부 전망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데이터센터 증가 속도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전체 전력수요가 지나치게 커 보일 것을 우려해 증가율을 낮춰 반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 사용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팩트북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삼성SDS·LG CNS·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주요 IT 기업 5곳의 데이터센터 물 취수량은 2024년 기준 총 22억4400만 리터에 달했다. 또 현재 투자 계획이 공개된 국내 상위 10개 AI 데이터센터만 기준으로 해도 하루 최소 1억2604만 리터의 용수가 냉각용으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일반 가정 약 64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전력 공급 구조 역시 쟁점이다. 2024년 기준 국내 발전 비중은 원자력 31.9%, 석탄 28.2%, 가스 28.2%, 신재생에너지 10.7% 수준이다. 단체들은 현재처럼 한국전력 전력망을 그대로 사용하는 구조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화석연료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규제 강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의 22%를 소비하자 더블린 인근 신규 데이터센터 연결을 제한하기로 했고,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3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한 뒤 재생에너지 사용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시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입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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