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후 스토리창조공간 대표
요즘 세상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계산과 분석의 영역을 넘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까지 만들어 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기술들이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이런 시대에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부분의 어른들은 여전히 같은 답을 떠올린다. 더 좋은 성적, 더 많은 공부, 더 빠른 선행학습.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숙제와 시험 준비를 반복한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하루는 점점 촘촘해지고, 여유는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미래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것뿐일까.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계를 자주 만나게 된다. 어떤 아이는 귀신들이 다니는 학교를 상상하고, 어떤 아이는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 도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또 어떤 아이는 요정과 뱀파이어가 한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신기한 세상을 그려낸다. 그 이야기는 때로는 엉뚱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힘 중 하나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누군가의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고, 불가능해 보이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스스로 꿈을 꾸지는 못한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낼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 작은 상상 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생각이 되고, 생각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찾는 법을 너무 많이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험 문제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의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미래 사회는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은 대부분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예전의 아이들에게 놀이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작은 물건 하나만 있어도 이야기가 시작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곤 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의 상상을 이어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함께 만들어 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하루는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 화면과 학원 시간표 속에서 하루가 지나가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보고, 때로는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생각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게 되고, 그 이야기는 결국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힘이 된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허락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여전히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의 상상력은 작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변화는 언제나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주기보다,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허락해야 한다. 미래를 바꾸는 힘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넘어서는 인간의 상상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지후 스토리창조공간 대표
문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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