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충북교육감. (사진 왼쪽)
[충청리뷰 이기인 기자] 충북교육은 지금 단순한 성과 경쟁을 넘어 교육의 방향 자체를 다시 묻는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지금, 충북교육을 “아이들이 어떤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답하는 일”로 설명했다. 그동안 충북교육은 ‘지속가능한 공감·동행교육’이라는 비전 아래 ‘교육의 품에서 한 명 한 명 빛나는 아이들’을 내세워 왔다. 특히 몸활동으로 몸근육을 기르고, 독서로 마음근육을 키우며, 그 위에 기초·기본학력과 진로·진학 역량을 쌓는 구조가 충북교육의 뼈대였다. 여기에 올해부터 ‘나도 예술가’가 더해지며 충북교육은 학력과 삶, 기술과 감성, 실력과 인간다움을 함께 묶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력, 새로운 질문
윤 교육감은 교육을 단순히 성적 향상이나 입시 성과로만 보지 않았다. 인공지능 전환 시대에는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고 기술이 학습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게 되면서, 교육도 이제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를 넘어 ‘어떤 힘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어디서나 운동장’ 학생들은 몸활동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충북교육이 내세운 ‘실용’과 ‘포용’은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실용은 교실에서 배운 것이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힘이며, 포용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공교육의 약속이다. 윤 교육감이 강조하는 몸근육과 마음근육, 그리고 예술적 역량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와 전기가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체했고, 디지털 시대에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지적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러한 흐름에서 인간은 몸을 쓰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생성형 AI를 넘어 인간 자체를 대체하는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일수록, 끝까지 남는 것은 인간의 감성과 해석, 의미 부여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충북교육이 예술교육을 핵심에 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도 예술가’ 삶의 표현
올해 충북교육의 6대 핵심정책에 포함된 ‘나도 예술가’는 예술을 특별한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교육감은 예술을 단순히 미술이나 음악 교과로 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며 타인과 소통하는 가장 본질적인 교육으로 해석했다. 충북교육은 이를 위해 일상예술, 참여예술, 공감예술이라는 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등굣길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의 버스킹과 전시, 지역 공연장과 전시장 연계, 학생 작품 공유 공간 조성 등을 통해 예술이 학교 안의 행사가 아니라 생활의 언어가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두의 다채움’ 정책 성과공유회 현장.
여기에는 기술이 빨라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인공지능이 많은 기능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끝까지 남는 힘은 감각하고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라는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교육은 단순한 감성 교육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현실 속에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 된다. 충북교육이 예술을 미래교육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놓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디서나 운동장’
충북교육의 상징적 정책 가운데 하나인 ‘어디서나 운동장’은 몸활동을 가장 기본적인 교육의 토대로 삼는다. 2023년 ‘모닝스파크’로 출발한 이 정책은 2024년부터 학교와 가정, 운동장 등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디서나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확장됐다. 지난해 충북은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44개를 포함해 133개의 메달을 따내며 서울, 경기 다음인 3위를 기록했고,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도 전국 2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2000여 명이 참여한 ‘몸활동 포유 마라톤 축제’도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윤 교육감은 더 본질적인 성과를 학교 안의 변화에서 찾는다. 아이들이 더 잘 움직이게 되면서 수업 집중력이 높아지고, 친구 관계가 좋아지고, 학교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다는 점이다.
충북형 몸활동 포(4)유 마라톤축제 괴산고 학생들 기념촬영.
독서, 마음의 힘
몸근육과 나란히 충북교육이 강조해 온 축은 마음근육이다. 그 핵심에는 ‘언제나 책봄’이 있다. 충북교육은 2024년부터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독서 환경과 문화를 함께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중심에는 ‘내 인생 책 세 권’이 있다.
삶을 단단하게 해주는 인생책, 누군가에게 감동을 건네는 선물책, 함께 읽고 토론하며 가치를 발견하는 같이(가치)책이다. 지난 3년간 학생들이 ‘내 인생 책’ 한 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서 구입비를 지원했고, 인품학교 178교와 인품학급 145학급을 누적 운영해 인문고전 기반 교육도 확장했다. 여기에 마음글 필사, 1교 1독서 브랜드, 교과 연계 독서수업, 비경쟁 독서토론 한마당이 더해졌다. AI 기반 ‘채움책방’ 전자책 서비스와 온라인 독서퀴즈 퍼즐대회는 독서문화를 디지털 환경 속으로 넓힌 훈훈한 사례다.
충북교육청, 3월 기초학력 진단 집중 기간 운영 모습
기초학력, 진단→맞춤→지원
충북교육은 기초학력을 모든 교육의 출발점으로 본다. 이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채움 기초학력 진단검사’다. 충북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이 검사 체계는 초1부터 고2까지 학기별로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전국 유일의 사례다.
인지적·비인지적 영역을 함께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 학생 맞춤형 지원으로 연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코로나 이후 유아와 초등 저학년의 언어·사회성 발달 지연에 대응한 ‘아이성장 골든타임’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853명의 언어·사회성 발달 지원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읽기곤란·난독증 학생 275명, 경계선 지능 학생 256명이 보호자 동의 아래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107명까지 늘려 전국 최대 규모로 확대했고, 학습종합클리닉센터도 보은과 음성까지 확장해 8개 지역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채움2.0 개통을 지켜보는 윤건영 교육감(사진 맨 왼쪽)
‘다채움2.0’ 성장 기록
‘다채움2.0’은 충북교육이 추진하는 에듀테크 기반 다차원 학생 성장 플랫폼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사용자를 넓혔다는 점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 활동과 학교생활 전반을 확인할 수 있고, 학교 교육과 가정의 연결도 자연스러워졌다. LMS 기능을 통해 12년간의 학습 이력, 독서, 진로 등 성장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학생 12만8000여 명, 교직원 1만8000명, 학부모 2만5000명이 가입했고, 5600개 이상의 클래스가 운영됐다. 앞으로는 자기주도형 수학학습, 예술 표현 공간, 정서·심리 및 이주배경 학생 지원 기능까지 확대해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협력적 콘텐츠 생태계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충북교육청, 다채움 콘텐츠 크리에이터 전문성 강화 워크숍
‘넓어진’ 배움터
‘온마을배움터’는 충북 전체를 아이들의 배움터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윤 교육감은 의미 있는 배움이 학교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실제 삶과 지역의 현장에서 체험되며 다시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상호개방 프로그램은 올해 전면 시행돼 11개 온마을배움터, 22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음성의 수소안전뮤지엄은 1호 품꿈성장터가 돼 단양 학생들에게 수소에너지를 살아 있는 배움으로 체험하게 했고, 한독의약박물관도 2호 품꿈성장터 지정이 예정돼 있다. 연구학교와 교사연구회, 마을교육활동가 지원까지 더해지며 지역과 학교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충북교육청, 충북온마을배움터 1호 품꿈성장터. 수소안전뮤지엄
환경교육, 일상화
충북교육의 환경교육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는 교육’으로 요약된다. 도내 모든 학교에 탄소중립 운영 기반을 마련했고, 이 가운데 104개 학교를 환경실천학교로 지정해 교육과정과 연계한 실천 중심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환경교육센터와우는 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환경교육 전문기관이다.
2022년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이 5만 명을 넘었고, 450여 개 학교가 단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환경잇슈아카데미’와 숲체험 교육은 교원과 학부모, 시민까지 참여하는 전 생애 환경교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충북교육은 올해 환경교육 기본계획 수립과 청소년 참여 확대를 통해 환경교육의 일상화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와우 학부모 환경실천동아리 '일상초록다반사'
직업계고 ‘전성기’
윤 교육감은 직업계고를 미래산업의 주역을 키우는 핵심 영역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충북 직업계고는 전국상업경진대회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청주농고에서 열린 전국영농학생축제에서도 역대 최다 메달을 기록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역시 최근 5년 중 가장 빛나는 성과를 냈다. 이러한 결과는 직업계고 전성기 프로젝트, 협약형 특성화고 지원, 공동실습소 운영, 신산업 중심 학과 개편과 맞물려 있다. 학생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해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RE:GEN 프로젝트’는 이러한 직업교육의 방향을 한 단계 더 체계화한 계획으로 읽힌다.
충북교육청, 직업계고 겨울방학중 학생 진로취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장 모습
진학 성과, 교실 ‘변화’
최근 충북교육의 가장 주목받는 성과 가운데 하나는 대입 성과다. 2025학년도 수능에서 충북은 수학이 3년 전 16위에서 9위로, 국어도 10위에서 9위로 올랐다. 윤 교육감은 이 성과를 학생 개인의 경쟁력보다 교사의 역량과 학교 현장의 변화에서 찾는다.
평일 야간과 주말 종일 진행되는 진학 릴레이 연수에는 지난 3월에만 3000여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충북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문항으로 자체 국·수·영 수능 모의평가도 처음 시행했다. 학교별 대입지원팀 운영, 찾아가는 진학 컨설팅, 대입지원단 확대는 공교육이 진학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다른 지역이 충북교육의 사례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도 단순한 수치보다 그 배경 구조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교사의 힘, 학생 영향
윤 교육감은 공교육의 힘을 결국 교실에서 찾는다. 학생이 학교의 존재 이유라면, 학교를 운영하고 책임지는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북교육은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체계적 연수를 함께 강조해 왔다.
수업, 평가, 교육과정, 문해력, 디지털 활용 역량 연수를 기초·심화·전문가 과정으로 나눠 운영하고, 수능형 문항 개발 연수까지 연결하는 방식은 교사를 단순한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주체로 대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연수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현장 수업과 진학 지도에 실제로 적용되도록 설계돼 교사의 실질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충북교육청, 2025 공감동행 충북교육박람회 성과공유회 모습.
윤 교육감은 교사가 연수 현장에서 존중받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때, 그 힘이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한다. 교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교실은 안정되고, 학생 역시 배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교육의 변화는 결국 교실 안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의미다.
기술 변화 ‘인식’
윤 교육감은 충북교육의 성과가 단순한 행정 결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현장의 실천과 경험이 기록과 연구로 이어져야 비로소 교육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장기적인 그림은 충북교육을 지역을 넘어 하나의 교육 모델로 정리하는 일이다.
몸근육, 마음근육, 예술적 역량을 중심으로 독서교육, 진학 지원, 환경교육, 온마을배움터, 교사 전문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충북교육만의 색깔이 만들어진다는 구상이다.
결국 윤 교육감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아이들이 어떤 힘으로 살아가게 할 것인가. 충북교육은 지금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있다. 성과는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는 말은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AI 시대의 교육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넘어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를 묻고 있다면, 충북교육은 지금 그 물음 앞에서 몸과 마음, 실력과 인간다움을 함께 세우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충북교육청, 나도예술가 정책 본격 추진을 발표하는 윤건영 교육감.
윤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기술 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1·2차 산업혁명 시대가 인간의 육체 노동을 기계와 전기가 대체한 시기였다면, 3·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한 시기라고 본다. 그 결과 아날로그 시대에는 몸의 힘이, 디지털 시대에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충북교육은 ‘몸근육’과 ‘마음근육’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문제의식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형·피지컬 AI 시대로 접어들수록 인간만의 마지막 영역은 감각과 해석, 의미 부여의 능력, 곧 예술적 역량이라고 진단한다. 몸근육과 마음근육, 예술적 역량을 함께 키우는 일이야말로 인공지능 대전환 시대 교육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적인 ‘코칭’
이러한 관점은 충북교육의 정책 설계와도 맞닿아 있다. 윤 교육감은 OECD의 역량 개념, 2015·2022 개정 교육과정, 학습자 중심 교육의 흐름을 언급하며, 이제 교육은 ‘역량 중심’을 넘어 학생이 실제로 역량을 길러내는 ‘역량 함양’의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윤건영 충북교육감
여기서 교사의 역할도 지식을 전달하는 ‘티칭’에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코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충북교육은 학력 저하 해법 역시 학생 개인을 몰아붙이는 데서 찾지 않고, 교사가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는 학교 문화와 연수 체계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학부모의 교사 존중, 교사의 전문성 강화, 단계별 연수와 수능형 문항 개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진학 지원 시스템 고도화가 충북교육 성과의 배경이라고 되짚는다. 결국 그가 말하는 충북교육의 방향은 분명하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일수록 학교는 더 인간적인 힘을 길러야 하며, 충북교육은 그 길을 몸과 마음, 예술과 실용, 그리고 포용의 균형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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