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금속업체 C&R 메탈스에 진열된 구리봉.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과 전력망 투자 수혜 상품으로 꼽히는 구리 상장지수펀드(ETF)가 한 달 새 5% 안팎 하락했다. 장기적인 공급 부족 기대는 여전하지만 내년 37만 톤에 달하는 공급과잉 전망도 나와 구리값의 추가 상승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TIGER 구리실물’과 ‘KODEX 구리선물(H)’은 1만 5535원, 9755원에 각각 마감했다. 두 ETF 가격은 한 달 전보다 각각 5.1%, 4.9% 하락했다. TIGER 구리실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에 기반한 지수를, KODEX 구리선물(H)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 구리선물에 기반한 지수를 추종한다.
이는 LME 기준 구리 현물 가격이 22일 톤당 1만 4215달러로 한 달 전인 9월 22일(1만 4797달러)보다 3.93%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초(1만 2571달러)보다는 13.08% 높은 수준이나 최근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비철금속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익을 실현할지 추가 매수 전략을 펼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내년 공급 증가 속도가 향후 가격 반등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구리는 올해 금리 인상 전망 속에서도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구리 수요가 견조한 이상 공급 수준이 금리와 달러보다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세계 정련구리 공급초과 규모가 올 10만 4000톤에서 내년 36만 8000톤으로 약 3.5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생산 증가율이 3.4%로 소비 증가율(2.5%)을 웃돈다는 계산이다. 공급과잉 전망이 AI 수요가 꺾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도네시아·인도 등의 제련설비 확대와 가동률 개선, 재활용 구리 생산 증가로 정련구리 공급이 소비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평균 가격 전망도 추가 상승보다는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고금리가 구리 가격의 상단을 제한하고, 하반기에는 거시경제 부담이 완화되면서 공급 요인이 다시 가격을 주도할 것”이라며 내년 평균 구리 가격을 톤당 1만 4000달러로 제시했다. 삼성선물은 구리 가격이 1만 5000달러 이상 높아지더라도 수요 둔화와 스크랩 활용, 알루미늄 대체가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계 금융그룹 ING도 이달 15일 기준 내년 평균 구리값을 1만 3550달러로 전망했다.
KODEX 구리선물(H) 같이 미국 COMEX 구리선물에 기반한 지수를 추종하는 선물형 ETF는 미국 관세도 변수다. COMEX와 LME 가격 차이는 관세 부과에 대비한 미국 비축 수요 등으로 지난해 7월 톤당 3000달러 이상까지 벌어졌으나 이달 110~250달러로 좁혀졌다. 미국 가격에 붙은 프리미엄이 더 줄면 국제 구리값이 반등하더라도 선물형 ETF의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TIGER 구리실물처럼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구리값이 같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환율이 내리면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해외에서는 테크리소시스·서던코퍼 등 세계 구리 채굴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ETF도 약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COPX는 전날 73.13달러로 마감해 한 달 동안 18.73% 하락했다. COPX에는 구리 시세 외에 기업별 생산량과 채굴비용, 이익 전망도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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