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안경. 이채린 PD
오는 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AI 스마트안경이 교사와 수험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교사들은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기기를 찾아내야 하고 수험생들은 확인 과정에서 불필요한 실랑이가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 당국은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장마다 판별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감독관이 의심 기기를 발견하면 전담 인력이 확인하고 판단해 현장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기를 정확히 식별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탐지 수단을 보완하고 확인 절차와 감독관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일보 취재진이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있다. 이채린 PD
답변은 수초 만에…기기 탐지도 변수 많아
본보는 최근 스마트안경을 직접 착용하고 지난해 수능 문제를 풀어봤다. 국내 안경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메타 AI 지원 제품에 시험지를 보여주고 답을 요청하자 수초 만에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5문제 가운데 정답은 2문제였다. 온라인에서 소개되는 높은 정답률과는 차이가 있었다.
제품과 연결하는 AI에 따라 성능이 달라 이번 시연만으로 스마트안경 전체의 문제 풀이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답률과 별개로 시험장에서 기기를 가려낼 수 있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김강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전파 탐지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실내에서는 전파가 벽에 반사되거나 주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신호가 달라질 수 있다. 안경을 착용하면 전파 방사 특성도 변한다. 신호가 감지되더라도 실제 스마트안경에서 나온 것인지, 어느 방향에 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기기의 신호도 구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블루투스 보청기와 연속혈당측정기, 건물 안전 센서 등도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역의 신호가 잡혔다는 이유만으로 스마트안경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탐지 앱도 보조 수단은 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알려진 제품은 찾아낼 수 있어도 등록되지 않은 기기까지 모두 탐지하거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장미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사무처장이 스마트안경 판별과 수능 감독관의 부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채린 PD
안경 만지는 습관까지 의심…책임·민원 부담
교사들은 기기 판별이 민원과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미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사무처장은 “습관이나 시력 문제로 안경을 자주 만지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행동만으로 의심하면 일반 안경을 쓴 학생까지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습관이라고 여겨 지나친 기기가 나중에 스마트안경으로 드러나면 감독 소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장 사무처장은 “확인에 나서든 의심하지 않고 지나치든 교사가 민원과 책임 추궁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감독 업무에서도 민원 부담은 적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장 사무처장은 향수와 화장품 냄새, 시험장 밖 새소리까지 민원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들었다. 민원이 발생하면 교사가 경위서를 쓰고 학생·학부모에게 대응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했다.
수험생들도 확인 과정에서 시험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고3 수험생 천주희양은 “온라인에서 일반 안경테처럼 생긴 AI 안경을 봤다”며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면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기 더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은 불필요한 의심을 피하려고 평소 쓰던 뿔테 안경을 금속테로 바꾸거나 콘택트렌즈를 준비하고 있다. 부정행위 우려가 일반 안경을 쓰는 수험생의 준비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전남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AI 안경 전담 요원 운영 방식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감독관에 나선 선생님들의 어려움과 부담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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