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73) 회장이 248억원을 수령하며 연봉 왕에 오를 때 삼성 이재용(58) 회장은 9년째 0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희생이 아닌 특경법상 취업 제한을 피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자 배당 소득을 통한 재무적 합리화의 산물이다. 권한은 누리되 법적 책임은 비껴가는 미등기 임원 신분은 삼성 지배구조의 고질적 리스크로 남았다.
한화 김승연(73) 회장이 248억원을 수령하며 연봉 왕에 오를 때 삼성 이재용(58) 회장은 9년째 0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희생이 아닌 특경법상 취업 제한을 피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자 배당 소득을 통한 재무적 합리화의 산물이다. 권한은 누리되 법적 책임은 비껴가는 미등기 임원 신분은 삼성 지배구조의 고질적 리스크로 남았다.
무보수의 역설, 이재용의 0원 연봉에 숨겨진 삼성의 지배구조 방정식
지난해 국내 재계 총수들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사업보고서가 공시됐다. 숫자의 향연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조는 한화그룹 김승연(73) 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58) 회장의 보수다. 김승연 회장은 계열사로부터 총 248억 4100만원을 받으며 퇴직금을 제외한 실질 연봉 1위에 올랐다. 반면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수장인 이재용 회장의 보수란에는 여전히 숫자 0이 적혀 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이른바 무보수 경영이다.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 5800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총수의 급여는 10년 가까이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이 0이라는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제 전문가는 드물다. 이재용 회장의 무보수는 도덕적 결단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한국 특유의 사법 리스크와 세제 혜택, 그리고 지배구조의 모순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이 급여를 포기한 시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그는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한 자숙의 의미로 무보수를 선택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삼성이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다며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를 속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의 변호인단 역시 합병은 사업적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졌고 합병 비율도 정상적으로 산정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1심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이재용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명분이 됐다. 하지만 법적 족쇄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14조에 따른 취업 제한 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5억원 이상의 횡령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 대목에서 무보수와 미등기 임원이라는 전략적 선택이 등장한다. 당시 박범계(63) 법무부 장관은 이재용 부회장이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 미등기 임원이기에 취업 제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당시 박범계 장관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기에 취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논리를 폈다. 이는 과거 고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사건 이후 미등기 회장으로 재직하며 무보수로 경영에 관여했던 방식과 판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시각은 매서웠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데 취업이 아니라고 보면 이건 궤변이며 특경법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무보수 경영은 법의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한 고도의 법리적 방어막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배구조의 기술적 회피와 재무적 합리성
급여는 0원이지만 이재용 회장의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자산가다. 2025년 기준 이 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약 3993억원에 달한다. 전년도의 3466억원 대비 15.2%나 증가한 수치다. 이는 2위인 현대차그룹 정의선(56) 회장의 배당금 1976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삼성이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43조 6011억원으로 급증하자 대규모 특별배당을 실시한 결과다.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고액 연봉보다 배당이 총수에게 훨씬 유리하다. 한국의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49.5%에 달하지만 배당소득은 이중과세 조정 제도와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통해 실질 세율을 30%대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연봉 100억원을 받는 것보다 배당을 100억원 더 받는 것이 총수의 실질 자산 증식에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국내 재벌총수들의 벌이는?
인물(나이)
소속 그룹
2025년 보수(원)
2025년 배당금(원)
비고
김승연(73)
한화
24,841,000,000
13,900,000,000
퇴직금 제외 기준 연봉 1위
류진(67)
풍산
7,600,000,000
미공시
퇴직금 포함 시 466억원 수령
최태원(66)
SK
8,250,000,000
104,000,000,000
급여 동결 기조 유지
구광모(48)
LG
7,127,000,000
79,600,000,000
전년 대비 보수 13% 감소
이재용(58)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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