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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비가 중산층의 삶을 흔드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로 뛰는 보험료와 상식 밖의 ‘병원비 청구서’에 미국살이를 접는 사람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보건정책 연구단체 카이저가족재단(KFF)과 컨설팅업체 머서 등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4인 가족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평균 약 2만7000달러(약 3800만원)로 1년 새 6% 올랐다. 가족 보험료가 3년 연속 6% 이상 뛴 것은 20년 만이다. 올해 상승 폭은 더 가파르다.
머서는 기업이 직원 1인당 부담하는 건강보험 비용이 올해 6.5% 늘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이 직접 드는 오바마케어(ACA) 시장의 기준 보험료도 평균 26% 뛰며 제도 도입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지난해 말 보조금 종료까지 겹쳐 실제 가입자 부담은 더 불어났다.
KFF는 보험료를 밀어 올린 배경으로 병원비 상승과 비만치료제(GLP-1) 수요 급증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에 따른 약값·의료기기 가격 인상을 지목했다. KFF는 이달 공개한 자료에서 2027년 보험료도 두 자릿수 인상이 예고돼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부담은 개인의 삶을 바꾸고 있다. 구독자 225만 명을 둔 영어교육 유튜버 ‘올리버쌤’은 최근 미국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텍사스 주택의 재산세(연 8000달러·약 1150만원)와 주택보험료(연 4402달러·약 640만원), 월 2600달러(약 400만원)에 달하는 의료보험료 등 필수 고정비만 연 4500만원 안팎인데 이마저 해마다 10~15%씩 오른다고 토로했다.
결정적 계기는 의료 접근성이다. 부부가 부친의 증상으로 여러 차례 검사를 요청하고도 예약과 진단이 지연돼 췌장암 말기에야 병을 발견한 일을 겪은 그는 “월 400만원 넘는 보험료를 내고도 기본 검사조차 제때 받기 어렵다”며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의료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청구서도 미국 의료비의 민낯을 드러낸다.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아이작 로셸의 아내인 인플루언서 앨리슨 쿠치(30)는 지난 4월 둘째를 낳고 받은 48시간 입원·분만비 청구서를 틱톡에 공개했다.
총액은 약 2만 달러(약 3000만원)였다. 진통제 이부프로펜은 한 알에 28달러(약 4만원), 바다가 보인다는 이유로 분만 대기실은 하루 3200달러(약 470만원), 정체불명의 ‘자연분만 수수료’는 9993달러(약 1480만원)가 매겨졌다.
특히 의사가 침대 곁에 머문 시간은 3분 남짓인데 회진비로 6185달러(약 900만원)가 청구됐다. 영상 조회수가 150만 회를 넘기자 다른 산모들도 “쌍둥이 제왕절개와 신생아 집중치료(NICU) 20일에 39만 달러(약 5억7000만원)를 청구받았다”는 경험담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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