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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800조 반도체 팹 들어서도 길 막히면 ‘반쪽 클러스터’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패를 가를 또 하나의 조건은 ‘길’이다.

800조 반도체 팹 들어서도 길 막히면 ‘반쪽 클러스터’

800조 반도체 팹 들어서도 길 막히면 ‘반쪽 클러스터’

광주 군공항 중심 생산·연구·협력기업 잇는 도로·철도 ‘혈맥’ 필요

고속도로부터 산단 진입도로·지방도까지 연결해야 경쟁력 확보

부품·장비 공급망 등 연결 전남광주 ‘60분 생활권’ 구축 성공 열쇠

2026년 10월 21일(수) 19:50

/클립아트코리아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패를 가를 또 하나의 조건은 ‘길’이다.

수백조원대 투자로 첨단공장을 짓더라도 연구인력과 협력기업, 주거·교육·의료시설이 따로 떨어져 있다면 세계적인 산업집적지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내 윤곽을 드러낼 정부의 고속도로·철도 국가계획이 단순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넘어 전남광주시의 산업지도와 생활권을 다시 그릴 분기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핵심은 광주 군공항 일원에 추진 중인 반도체 생산거점을 나주·함평·영광·화순은 물론 전남 동·서부 산업단지와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팹(Fab·반도체 제조공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비 유지보수와 소재·부품 공급, 후공정과 연구개발을 담당할 기업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여야 하고, 근로자는 출퇴근과 일상생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광주 3순환 고속도로의 미연결 구간인 화순~담양 대덕 구간은 핵심 노선으로 꼽힌다.

광주를 둘러싼 순환축이 갖춰지면 장성·담양·화순·나주를 잇는 이동 선택지가 넓어져 도심을 거치지 않고 산단과 주거지를 오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영암~광주 초고속도로는 반도체 중심축과 영암·해남의 인공지능(AI)·미래차 관련 산업거점 간 접근성을 높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함평~순천을 직선으로 잇는 전남 중부내륙고속도로도 동서 산업권을 묶을 핵심축이다.

현재 우회 노선으로 1시간 40분 이상 걸리는 구간을 계획대로라면 1시간대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전남광주시의 판단이다.

무안국제공항·나주 혁신도시와 순천·광양의 산업·항만 물류 기반을 이어 반도체 중심의 첨단산업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 고흥~광주 우주고속도로 역시 우주발사체 산업과 첨단 제조업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연결망으로 평가된다.

철도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광주~나주 광역철도가 계획대로 연결되면 상무역에서 나주역까지 이동시간이 현행 버스 기준 80분대에서 철도 3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함평~나주~광주송정~화순 광역철도는 통합특별시 곳곳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구상이며, 광주~화순 노선은 대학병원과 바이오특화단지 접근성까지 개선한다.

광주연구개발특구에서 광주송정·빛그린산단을 거쳐 영광으로 이어지는 광주 신산업선은 산업거점을 직접 잇는 철도축이다.

반도체와 미래차, AI 관련 기업들의 인적 교류와 부품·장비 공급망 연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시설 주변만 확장하는 개발 방식과 차별화된다.

다만 고속도로와 철도라는 ‘대동맥’만 뚫린다고 혈액순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실제 공장까지 이어지는 산단 진입도로, 국도·국지도와 지방도, 시·군도 등 ‘모세혈관’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

전남권역의 고속도로 나들목 평균 접근거리는 21.5㎞로 경기 9.6㎞의 두 배를 넘는다. 간선도로가 지나가도 지역 주민과 기업이 진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60분 생활권은 지도 위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주여건 역시 결국 교통에서 출발한다. 광주에 거주하며 인근 산업거점으로 통근하거나, 지역 대학의 연구인력이 산단으로 이동하고, 근로자 가족이 학교·병원·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기업의 인재 확보도 가능하다.

철도역과 고속도로 나들목을 광역버스·시내버스, 환승거점으로 촘촘히 잇는 마지막 연결망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가계획 반영은 착공이나 개통을 뜻하지 않는다.

정부 계획에 담긴 뒤에도 사업별 타당성 검토와 예산 확보, 실시설계가 이어져야 한다. 통합특별시가 반도체 공장 가동 일정과 입주기업 확산 속도를 고려해 노선별 추진 순서를 정하고, 간선망과 지선망을 함께 묶어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친 통합의 성과는 결국 시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이동시간에서 판가름 난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전남광주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도로·철도의 혈맥을 제때 열 수 있을지가 통합특별시의 ‘60분 산업·생활권’ 실현을 좌우할 전망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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