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효력이 사라진 이후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임신중지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모자보건법의 연내 개정을 추진한다. 또 이와 별도로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는 법 개정과 별개로 관계부처 논의를 본격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성평등가족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의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으나, 국회가 대체 입법에 실패하면서 낙태죄의 효력이 사라졌다. 이후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범위와 절차 등에 관한 법적 공백이 이어졌다.
성평등부는 여성계와 의료계, 종교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임신중지 허용 시기와 절차 등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도입도 모자보건법 개정과 별도로 추진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해외에서는 법령 규정 없이도 허가사항이나 제품설명서, 지침 등으로 약물 사용을 규정하는 국가가 많다”며 “한국도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약물을 도입할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본격화한다. 임신 몇 주까지 약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 의학적·과학적 기준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검토하고, 성평등부는 의료계·여성계 등과의 소통을 맡을 예정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디지털 성착취물 범죄가 기존 대책에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점점 더 강도도 세지고 횟수도 늘어나는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악화되고 있다면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 장관은 경찰 수사를 통해 관련자 16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고 설명하면서 정부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 약 3만5000개의 서버 위치와 수익구조, 불법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삭제 요구를 계속 거부하거나 불법촬영물을 반복 게시하는 사이트에 대해 방미심위 심의 없이 장관이 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 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불법 사이트의 광고수익을 차단하고 사이트 개설 행위 자체를 독립 범죄로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원 장관은 “초등학생부터 불법 성착취물을 소지한 경우가 많다. 어른들이 만든 범죄가 아이들에게 뻗어나간 것”이라며 ‘디지털성범죄 근절의 날’을 지정해 불법 성착취물 시청도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고 했다.
성별 임금 격차를 기업별로 공개하는 고용평등공시제도 연내 도입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임금 격차 공시가 임금 평등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도입 시점을 물었다. 원 장관은 “9월 이전 상임위원회 통과와 연내 법안 통과가 목표”라며 “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고 답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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