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설 국가사적 지정 ‘골든타임’…준비 늦으면 기회 놓쳐
국가유산청 “접수 즉시 검토”…신청 시점이 연내 지정 예고 좌우
사적지 소유권 달라 전남광주시·문체부 각각 신청…준비는 제자리
2026년 07월 15일(수) 19:50
전남광주시 동구 금남로 옛 상무관 내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 시신이 안치됐던 이 공간에서는 오월 영령을 기리는 미디어 아트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태극기·나무 이미지,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추모 문구 등이 벽면에 투사된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국가유산청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시설의 국가사적 지정을 제안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전남광주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신청 주체인 전남광주시와 ACC가 준비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연내 지정 예고 여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광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금남로 일대 지정을 전남광주시·문체부 자료 접수 즉시 처리하는 일명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24일 관계기관 2차 회의에서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적지정 신청과 관련 진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가문화유산위원회 사적분과위원인 신웅주 조선대 건축학과 교수는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에게 온 기회와 그 기회에 맞출 수 있는 속도가 서로 딱 떨어져야 하는 국면”이라며 “이번 지정 논의는 결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미 가치가 입증된 공간부터 먼저 신청하고, 확인이 필요한 대상은 매년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절차를 가속해야 한다”면서 “옛 전남도청 복원 과정에서 이미 건축·공간적 가치가 확인됐고, 전일빌딩 헬기 사격 흔적도 공적 가치가 정리된 만큼 이런 시설부터 우선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이 제시한 근현대문화유산 지정 절차안에 따르면, 문화유산 지정은 대상의 소유주가 직접 지정 신청을 해야 하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옛 전남도청은 문체부 소유이고, 도청과 붙어 있는 5·18민주광장과 상무관, 옛 가톨릭센터 자리 역시 ACC 부지에 들어 있어 문체부 관리에 놓여 있다. 반면 전일빌딩과 옛 적십자병원, 5·18기록관 운영 부분 등은 전남광주시 소유·관리다.
결국 신청서는 전남광주시와 문체부가 각각 준비해 두 갈래로 접수해야 하는 구조인데, 양쪽 모두 신청 착수에 소극적이라는 게 지역 문화유산계 안팎의 지적이다.
배경으로는 국가사적 지정에 뒤따르는 강력한 규제 편입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적은 국가유산기본법·문화유산법상 국가지정유산으로, 지정 즉시 문화유산 본체는 물론 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까지 현상변경 허가 대상이 된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이 소유자 자율 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외관 변경 시 신고 의무만 부과하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옛 전남도청 구 본관이 2002년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 지금까지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위로 유연한 관리를 유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일대가 사적으로 지정될 경우 문체부·ACC는 전시 콘텐츠 교체, 야외 전시자료 변경, 시설 정비 등 사실상 모든 관리 행위마다 국가유산청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신 교수는 “지정과 함께 개발행위 제한, ACC 부지 내 수리행위, 야외 전시자료 변경 같은 사항까지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관리 주체 입장에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지원이라는 이점 대신 운영 자율성 축소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실무 부처인 전남광주시 민주보훈과 쪽 사정도 녹록지 않다. 사적 지정 자료보고서 작성 예산 확보와 5·18 관련 단체 협의, 사적 지정에 따른 관리 부담 증가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 교수는 “광주시에서도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용역과 연구 절차가 필요한데 예산이 없다는 게 큰 이유”라며 “5·18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어느 시설을 우선 신청할지에 대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겹쳐 있다”고 지적했다.
5·18 관련 정부 관심이 겹친 지금이 아니면 이만한 조건이 다시 오기 어렵다는 게 지역 문화유산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결국, 전남광주시 민주보훈과와 문체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ACC가 각각 자료보고서와 소유자 동의서를 어느 시점까지 제출하느냐에 따라 연내 지정 예고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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