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405- '포트홀과 침수 구간' 예방도 AI 기술이

도로 위를 매일 달리는 버스나 택시, 관용차량 앞에 AI 카메라를 달면 어떻게 될까. 차가 달리는 동안... 마침, 국내 AI 반도체 산업도 무르익고 있다.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칩은 외산(外産) 대비 전력 효율과 엣지 처리...

-405- '포트홀과 침수 구간' 예방도 AI 기술이

2023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도로 민원을 보면, 포트홀 관련이 전체 도로 민원 중 49%를 차지한다. 거의 절반이다. 매년 같은 구간에서 같은 민원이 들어오고, 같은 응급 처방이 반복된다. 깨진 도로에 아스팔트를 얹고 비가 오면 다시 깨지고, 다시 민원이 들어오고. 이 악순환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도로 행정이 시민 신고에 기대어 굴러가는데, 신고가 없으면 파손 사실조차 모른다,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 확인부터 보수 완료까지 평균 45일이 걸린다.

45일 동안 출퇴근 버스, 택시, 화물차, 오토바이가 그 위를 하루에 수십 번 지나간다. 어느 날 야간 빗길에 지나가던 차가 핸들을 놓는다. 그리고 ‘도로 파손으로 인한 사고, 운전자 경상’이란 사고 뉴스가 뜬다. 그때야 긴급 보수가 이뤄진다. 예방이 아니라 뒷수습이다. 울산이 매년 도로 보수에 쏟아붓는 예산을 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숫자로 잘 드러난다.

울산 전체 도로의 총연장은 3천300km다. 서울에서 부산을 세 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이 길 전부를 담당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인력 부족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규모다. 그래서 현재 체계에서는 시민 눈이 곧 감시 카메라이며, 시민 손가락이 곧 신고 시스템이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공공 인프라 감시원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포트홀만 문제가 아니다. 도로 균열은 서서히 번져가다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갑자기 대형 파손으로 이어진다. 가드레일 부식이나 표지판 탈색도 마찬가지다. 슬쩍 봐선 멀쩡해 보이다가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아, 저게 문제였구나’ 싶은 경우가 많다. 폭우 때 도로 침수 구간도 그렇다. 지나 봐야 안다. 지나가다 사고가 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 대응하는 체계가 없다는 게 지금 울산 도로관리의 현실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도로 위를 매일 달리는 버스나 택시, 관용차량 앞에 AI 카메라를 달면 어떻게 될까. 차가 달리는 동안 실시간으로 노면을 분석하고, 파손 위치와 유형, 심각도를 즉시 전송한다. 담당 부서는 지도 위에 데이터가 쌓이는 걸 보며, 어디가 얼마나 급한지 자동으로 파악한다. 공무원이 눈으로 도로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도로가 먼저 상태를 알린다. 예방적 유지보수는 사후 보수보다 압도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 선진국은 도로관리 체계가 일찍이 예방 중심으로 전환했다. 탐지 지연 시간이 45일에서 2시간대로 줄면, 보수비용 절감 효과와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엄청나다.

마침, 국내 AI 반도체 산업도 무르익고 있다.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칩은 외산(外産) 대비 전력 효율과 엣지 처리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클라우드 없이 장치 자체에서 즉시 추론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기술은 준비됐다. 사용할 도시가 필요할 뿐이다. 울산만큼 이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곳도 드물다. 도로 부하가 크고 실증 환경이 다양하며, 산업 인프라와 연계 가능성도 풍부하다.

달리는 길 앞에 침수 구간이나 대형 파손이 있으면, 스마트폰이 먼저 알려준다. 그리고 대체 경로를 안내받는다. 지금처럼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구조가 아니다. 도시 인프라가 스스로 상태를 파악하여 관리 당국에 알리고, 시민과도 소통하는 체계. 그게 스마트도시가 아닐까. 산업 경쟁력과 도시 인프라 수준이 함께 높아져야 진짜 살기 좋은 도시다. 도로 한 구석의 포트홀 하나가 45일을 버티지 않아도 되는 도시. 울산이 그런 도시가 될 차례다.

한아람 (주)에이비에이치 대표이사, 공학박사

저작권자 © 울산제일일보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