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위기에 26.2조 추경안 의결
3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고환율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26조원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편성했다.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등 에너지 부담 완화에 5조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26조2천억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추경 편성을 지시한 지 19일 만이다.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추경이다.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물가·비용 부담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에 추경 예산의 절반가량인 10조1천억원을 투입한다. 먼저 4조8천억원을 들여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한다. 수도권·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 등 거주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55만~60만원, 차상위·한부모가정은 45만~50만원을 받는다. 이 밖에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소득 하위 70% 계층은 10만~25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민생회복소비쿠폰 때처럼 신용·체크카드, 지역화폐 중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해 공급가를 낮춘 정유사에는 5조원을 배정해 손실을 보상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중교통비 환급 사업인 케이(K)패스 환급률을 일반 가입자 기준 20%→30%로 6개월간 한시 상향하기로 했다. 수출 피해 기업 지원과 나프타(납사) 등 공급망 안정화 등에도 총 2조6천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을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25조2천억원)와 기금 자체 재원(1조원)으로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주식거래 증가로 법인세(14조8천억원), 증권거래세 및 농어촌특별세(10조3천억원) 등이 지난해 예상치보다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추경으로 정부 총수입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700조6천억원, 총지출은 11.8% 증가한 753조1천억원이 된다.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과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것) 적자 비율(국내총생산 대비)은 지난해 본예산 편성 때(3.9%)보다 0.1%포인트 낮은 3.8%로 전망된다. 국가채무비율도 본예산(51.6%) 대비 1%포인트 낮아질 것(50.6%)으로 예측됐다. 다만 이 전망치는 중동 사태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전제하지 않은 추산이어서 달성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추경안을 집행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초 정부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는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칠 거라 내다봤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여야는 오는 10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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