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또래 법조인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할 것 없이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법조 선배 밑에서 일을 배우면서 지도를 받고 하나씩 익히는 그런 과정이었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일종의 마이스터 교육 같은 그런 것이었다. 법실무라는 것이 처음에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방법은 기존에 내려오는 실무와 관행을 익히는 데는 좋은 방법이었지만 창의성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그래서 도제식 교육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법조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뒤떨어지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은 도제식 교육이 많이 사라졌다. 부장이나 파트너가 가르쳐주고 싶어도 예전처럼 기꺼이 따르는 신참 법조인은 별로 없고, 시키는 대로 잘 하지도 않는다. 작년에 신입 어쏘변호사를 뽑으려고 면접을 보는데 자기한테 몇 건이 배당되는지부터 물어보는 지원자들이 많았다. 나는 속으로 “네가 뭘 혼자 하려고 하니?”라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이런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도제식 교육이 없어진 것으로 족한 것일까? 검색엔진이나 법률 AI를 참고하면 선배 법조인에게 배울 필요가 없어진 것일까? 나는 참된 배움의 길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이 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말고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을 하며 필요한 것을 배우되, 자신의 생각과 주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적당한 거리가 가장 큰 배움을 주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준다.
이제는 법조인이 장인정신으로 무장해서는 안 되고 그런 시대는 이미 갔다. 대량생산과 획일화된 서비스는 법조라고 다를 것이 없다. 과거에 오래 공부해야 쌓을 수 있는 지식들은 지금은 검색과 질문을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한 분야를 오래 배우고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분야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고, 내가 깊이 배웠다 하더라도 의외로 진입장벽이 없는 영역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장인정신은 어쩔 수 없이 사라지겠지만 그 자리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빈 곳을 채워야 한다. 나부터 그것을 찾고 있다.
이현곤 대표변호사(새올법률사무소·전 서울가정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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