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로 약 3천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 지원
K-패스 환급률도 6개월간 최대 30%포인트 한시 상향
선심성 예산 논란도…청년창업 지원, 영화관 할인쿠폰 600만장 등
정부가 중동사태 대응을 위해 31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의 핵심은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 지원을 위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총 4조8천억원을 투입해 소득하위 70% 국민, 약 3천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 차등 지원한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직접 지원금이다. 수도권 기준 소득 하위 70% 가구는 1인당 10만원을 받는다.
인구감소지역 중 특별지역 거주자는 20만원, 우대 지역 거주자는 25만원을 받는다. 인구감소지역 특별지역은 강원 양구, 충북 보은 등 균형발전과 낙후도평가 하위 40개 시·군이고 우대지역은 나머지 49개 인구감소지역이다. 지역별 차등에 더해 차상위·한부모 가구는 35만원을 추가한 45만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45만원을 추가한 55만원을 각각 받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사는 기초수급자는 총 60만원을 받게 된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마찬가지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으로 나눠 지방으로 갈수록, 취약계층일수록 지원금이 많은 구조다.
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사용처는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한정했다.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무 작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기초·차상위·한부모 가구는 1차로 우선 지급하고 일반 가구는 건강보험료 등을 통해 대상을 확정한 후 지급한다. 취약계층은 이르면 4월 말 지급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1천억원을 투입해 등유나 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기후민감계층 20만 가구에는 에너지 바우처 5만원을,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시설농가와 어업인에게는 한시적으로 유가 연동 보조금을 지급한다. 연안 화물선 부담 경감을 위해 선박용 경유를 최고가격제에 포함하고 기준 가격을 초과한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전국민 대상으로 대중교통 환급 지원도 한다. 현재 ‘K-패스’(기본형)는 대중교통 이용 횟수에 따라 이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환급을 받을 수 있는데 이 환급률을 6개월 한시적으로 10%포인트에서 최대 30%포인트로 높이는 것이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현재는 전체 지출 금액의 53%를 환급받지만 추경안이 통과되면 6개월간 한시적으로 30%포인트 높아진 83%를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률은 3자녀 가구는 50→75%, 청년 및 2자녀 가구·어르신은 30→45%, 일반 가구는 20→30%로 확대된다.
추경에는 고유가 대응 예산뿐 아니라 청년 창업 지원, 농축수산물 할인 및 문화비 지원,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전환 지원 사업 등 현금성·지역밀착형 사업까지 대거 포함되면서 6·3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중동발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경기 부양과 산업 육성 사업, 단기 공공일자리 확대 방안까지 한꺼번에 얹은 추경이라는 지적이다.
민생안정 추경 2조8천억원 중 가장 큰 몫은 청년 창업과 일자리 지원이다. 총 1조9천억원 중 9천억원은 창업 등 스타트업 붐 조성에 투입되고 나머지 9천억원은 청년 일자리 지원에, 쉬었음 청년에게 대기업 주도의 직업능력개발·직장적응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K-뉴딜 아카데미’ 신설·운영에 1천억원을 배정했다.
체납관리단 9천500명, 농지특별조사 5천명, 사회연대경제 일경험 3천500명 등 공공·가치창출형 일자리 2만3천개를 확충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도 이번 추경을 통해 10곳에서 15곳으로 확대된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 형태로 2년간 지급하는 정책이다. 향후 대상이 전체 군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매년 조 단위 재정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 부담 우려가 제기돼 온 사업이다.
추경에는 문화·관광 지원 산업도 대거 담겼다. 정부는 고물가 부담 경감 예산 1천억원 가운데 일부를 영화관·공연장·숙박업체 할인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문화·관광 분야 할인에도 586억원 예산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361억원은 600만 명을 대상으로 1회당 6천원 영화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데 쓰인다.
중동 사태에 따른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 명목으로 2조6천억원 예산이 잡혔지만 고유가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업도 적지 않다. 고유가 대응 추경이라지만 정작 직격탄을 맞는 기업·산업 지원 예산은 1조1천억원만 편성됐다. 26조2천억원의 추경 규모에 비해 직접 업종 지원은 야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와 문화 산업 육성 등 신산업 전환 예산은 8천억원 규모로 반영됐다. 햇빛소득마을을 150개에서 700개로 늘리고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10만 가구 보급, 전기화물차 추가 보급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영화 제작 지원,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추가 지원 등 문화산업 육성 예산은 2천억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 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추경 재원은 국채 추가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충당한다. 세부적으로 법인세(14조8천억원),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10조3천억원), 근로소득세(4조8천억원) 등이다.
이번 추경으로 2026년 총지출은 727조9천억원에서 753조1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총지출 증가율도 8.1%에서 11.8%로 확대된다. 정부는 위기 상황에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대응하는 것인 만큼 무리한 재정 확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규모 재정 지출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8천억원에서 107조6천억원으로 다소 개선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50.6%로 낮아진다.
다만 재정 지표가 개선된 건 성장률 전망이 개선된 영향이다. 정부는 본예산 때 명목 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9%로 잡았으나 올해 수정 전망에서 4.9%로 높였다. 중동전쟁 등 확산하는 위험 요인이 재정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전망이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수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7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하향한 1.7%로 수정했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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