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각 시중은행 ATM이 늘어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올해 1분기 기준 212조원을 넘어섰다. 이중 신한은행이 54조원대로 선두를 유지했으며, 하나은행이 43조원으로 맹추격하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 모두 두 자릿 수 적립금을 달성하며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퇴직연금은 저성장·고령화 시대 금융권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가입자가 한 번 계좌를 만들면 장기간 자금이 유지되는 구조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평생 고객'인 셈이다. 아울러 예금·펀드·ETF·퇴직연금 IRP 등 다른 자산관리 상품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신한은행은 적립금 54조원을 넘기며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개인형퇴직연금(IRP) 채널 경쟁력, 비대면 플랫폼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을 WM(자산관리) 사업과 연계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하나은행은 43조원으로, 1년 새 19%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퇴직연금 시장 상위권에 안착했다. 외환·자산관리 강점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요를 흡수한 데다 대면 PB와 비대면 채널을 결합한 상담 서비스가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적립금은 40조원, 우리은행 38조원, NH농협은행 37조원으로 비슷한 규모를 보이면서 점유율 방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방대한 리테일 고객 기반과 연금 전문센터 운영을 활성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 거래 기반을 활용한 단체형 퇴직연금 영업에 초점을 맞췄다. 농협은행 역시 지역 네트워크와 공공·법인 고객 접점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처럼 은행권 전체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꾸준히 커지는 가운데 대형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 고객과 급여이체 기반 개인 고객을 동시에 보유한 은행권이 증권·보험사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 간 퇴직연금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단순 적립금 규모 확대를 넘어 ETF 상품 라인업 확대, 모바일 운용 편의성 개선, 생성형 AI 상담 서비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객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DC형·IRP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 분야가 다양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퇴직연금을 사실상 장기 투자 계좌로 활용하는 흐름이 지속되자 예·적금 위주 운용에서 ETF·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으로 수요가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모바일 앱 내 투자 콘텐츠와 수익률 비교 서비스, 맞춤형 리밸런싱 기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고, 가입자의 운용 참여율이 낮아 실질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적립금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고객 체감 성과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한번 유치하면 수십 년간 거래가 이어질 수 있어 은행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힌다"며 "앞으로는 적립금 규모보다 고객 자산을 얼마나 잘 불렸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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