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10일 ‘2026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총장단이 방문한 헝가리 오부다대학(Óbuda University) 전경. (사진=임지연 기자)
[부다페스트=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현지시간 10일 ‘2026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총장단이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해 오부다대학(Óbuda University)과 주헝가리한국문화원을 잇따라 찾았다. 2021년 독립 이사회 체제로 전환한 뒤 중앙유럽 공학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오부다대학의 혁신 전략을 살피고, 유럽 최대 규모의 한국문화원에서 현지 한국 문화 확산 현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히 체제 전환을 통해 ‘기업가형 대학’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오부다대학의 사례와 강사 90% 이상을 현지인으로 운영하며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한국문화원 현장은 총장단에게 제도 혁신과 현지화 전략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가 됐다.
■ 오부다대학, 체제 전환 후 세계 600~800위권 진입… 2035년 500위 목표
= 총장단은 먼저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오부다대학을 방문해 레벤테 코바치(Levente Kovács) 총장으로부터 대학 현황과 발전 전략을 청취했다.
오부다대학은 19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기부터 이어진 기술 칼리지들이 2000년 통합해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으로 출범한 뒤, 2010년 현재 명칭으로 승격된 공학 특화 대학이다. 7개 단과대학과 대학연구혁신센터(URIC)를 갖추고 있으며, 재학생은 1만 4000여 명, 이 중 97개국 출신 유학생이 1000명을 넘는다. 분야별로는 기계 3000명, 전기·건축·IT 각 2000~3000명 규모가 재학 중이며, 헝가리 내에서 급여와 인기 모두 가장 높은 분야는 IT다.
‘존 폰 노이만 공과대학(John von Neumann Faculty)’은 컴퓨터 구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헝가리 수학자 폰 노이만의 이름을 딴 것으로, 오부다대학은 7개 단과대학 모두 헝가리의 유명인사의 이름에서 따 왔다. 유가족의 공식 허가를 받아 헝가리 내에서 유일하게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레벤테 코바치 오부다대학 총장이 대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이날 코바치 총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2021년 헝가리 의회가 도입한 대학 운영 모델 전환이다. 기존 공립 체제에서는 기업 설립이나 캠퍼스 개발에 정부 승인이 필요했으나, 새 모델에서는 산업계·금융계·정부 출신 인사로 구성된 독립 이사회(Board of Trustees)가 전략적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린다. 정부는 학생 수 기반 기본 예산을 지원하고, 논문 실적·국제화·혁신·인재 관리 등 성과 지표에 따라 추가 예산을 6년 단위 계약으로 집행한다.
코바치 총장은 “전체 예산의 80%가 정부 재원이며, 약 20%의 학생이 등록금을 납부하고 나머지 80%는 장학금으로 수학한다”며 성과지표 달성 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 장학금 규모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체제 전환 이후 성과는 국제 랭킹에서 확인된다. 6년 전까지 주요 국제 랭킹에 진입하지 못했던 오부다대학은 현재 세계 600~800위권에 올랐으며, 2029년 600위, 2035년 500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공계·공학 특화 대학 기준으로는 3년 연속 중앙유럽 1위 연구 품질을 기록 중이다.
대학은 로봇공학·인공지능(AI)·의료IT·사이버보안 4개 분야를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AI와 의료IT 분야는 올해 9월 석사과정이 신설되며, 사이버보안은 산학 연계 클러스터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공학 석사 졸업생 기준 6개월 이내 취업률은 92%다.
코바치 총장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서밋 총장단. (사진=임지연 기자)
코바치 총장이 제시한 2030 비전은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이다. 대학연구혁신센터(URIC), 혁신오피스, 기술사업화 조직 이니셜벤처랩스(Initial Venture Labs), 5000만 달러 규모의 자체 벤처캐피털이 혁신 생태계의 네 축을 이룬다. 벤처캐피털은 대학 지원이 끊기고 대형 투자사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이노베이션 데스밸리’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됐다. 산학협력 모델로는 기업이 대학 내에 직접 학과를 개설하고 박사 학위 보유 기업 인사가 학과장을 맡는 ‘인더스트리얼 디파트먼트(Industrial Department)’ 제도도 운영 중이다.
국제화 전략의 하나로 운영 중인 ‘특훈교수 프로그램(Distinguished Professor Program)’도 주목된다. 중국, 대만, 이탈리아, 스위스, 호주 등 해외 명문대 교수들을 4년 계약으로 초빙해 공동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5기째 이어지고 있다.
AI 전환 시대에 발맞춰 교육에 AI의 접목도 활성화 하는 중이다. 헝가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174개국 AI 경쟁력 조사에서 19위를 기록했으며, 정부는 올해 9월부터 고등학교 과정에 AI 과목을 의무화했다. 다만 코바치 총장은 “대학의 역할은 AI와 로봇이 담당하는 95%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며 “교육은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한 교육 철학을 전했다.
한편, 코바치 총장 및 헝가리 내 대학 총장단과 서밋 총장단은 코바치 총장의 8월 부산 방문에 맞춰 AI 교육 경험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헝가리 내 대학 총장들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한국-헝가리 대학 간 본격적인 협력 논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밋 총장단과 오부다대학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함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 주헝가리한국문화원, 유럽 최대 규모… 강사 90% 현지인이 한국 문화 전파
= 서밋 총장단은 오부다대학 현장 방문 이후 부다페스트 도심에 있는 주헝가리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으로 향했다. 문화원 전 층을 둘러보고 현지 문화 교류 현황 및 한국 대학의 국제화 전략을 꾀하기 위해서다.
문화원은 전 세계 35개 한국문화원 중 건물 규모 세계 2위, 유럽 최대다. 2012년 개원해 현재 건물은 과거 센트럴유러피언유니버시티(CEU) 경영대학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대한민국 예산으로 매입해 사용 중이다. 중부유럽 지역에서는 폴란드와 함께 두 곳뿐인 한국문화원이다.
문화원은 서예·민화·조각보·한식·태권도·K-POP·전통 춤 등 50~60개의 문화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강사진 구성으로, 전체 강사의 90% 이상이 헝가리인이라는 점이다.
유혜령 주헝가리한국문화원장은 “수강생으로 시작해 수준급에 이른 뒤 강사가 된 경우가 많다”며 “헝가리어로 가르치는 것이 한국 문화 전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2층 전통 체험관 입구에는 헝가리의 대표 시인 요제프 어틸라(József Attila)의 시가 한글 캘리그래피 형식으로 벽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2층 전통 체험관 입구에는 헝가리의 대표 시인 요제프 어틸라(József Attila)의 시가 한글 캘리그래피 형식으로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유 원장은 “어틸라는 헝가리에서 우리나라의 윤동주에 해당하는 시인”이라며 “QR코드로 헝가리 방문객이 원문을 검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어틸라의 시는 서울 을지로입구역과 이태원역 스크린도어에도 한글로 적혀 있다. 같은 층에는 국립국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VR 체험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전통 무용 동작에 맞춰 움직임을 따라 하면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체험관 벽면에는 서예 작품들이 가득했다. 이는 헝가리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문화원 서예 강좌 수강생들이 자체 동호회를 꾸려 광복 80주년이자 윤동주 서거 80주년인 지난해를 기념해 윤동주 시 전편을 한글로 써낸 것이다. 같은 층 민화 강좌 수강생들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전통 민화 기법에 헝가리 토종 견종, 헝가리 전통 자수 문양, 어부의 요새(Halászbástya) 등 현지 소재를 접목한 작품들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문화원 내에서 전시됐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한국 전통 민화 기법에 헝가리 토종 견종, 헝가리 전통 자수 문양 등 현지 소재를 접목한 작품들. (사진=임지연 기자)
헝가리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 (사진=임지연 기자)
1층에는 한식 체험관이 위치해 있다. 최근 K-컬처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며 한식 체험 프로그램은 개강 즉시 5분 만에 수강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현지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강사는 한식진흥원에서 교육을 받아 20년 경력을 쌓은 헝가리인으로, 전라도식 김치를 전문으로 한다. 현지 대형 유통망인 리들(Lidl)·스파(Spar)에도 불닭 소스·라면·불고기 소스 등 50개 이상의 한식 제품이 입점해 있다. 재작년에는 헝가리 와인과 한식을 페어링한 도서를 한국어·헝가리어·영어 3개 국어로 출판하기도 했다.
0층에는 삼성의 지원으로 마련한 LED 화면을 갖추고 있는 80석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이 곳에서는 매월 한 차례 한국 영화 상영회를 개최 중이다. 한국 영화제는 2007년 시작해 올해 19회를 맞이하며, 부다페스트 시내 100년 역사 극장을 빌려 8일간 20~30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배우·감독 초청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이에 서밋 총장단은 영화 상영회에 전문대학 영상·미디오 관련 학과에서 제작·출품된 작품들도 참여 가능한 지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서밋 총장단이 한식 체험관에서 김치를 전문으로 하는 헝가리인 강사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이외에도 3층에 자리잡고 있는 도서관에는 1만 건 이상의 장서가 비치돼 있으며,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소설의 헝가리어 번역 출판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코너가 별도 운영되고 있었다. 문화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을 인턴으로 받아들이는 등 국내 대학과의 연계도 이어가고 있다.
유 원장은 “최근 삼육보건대와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문화원은 대학과의 협력 창구가 될 수 있다”며 “문화 강좌 운영과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학의 국제화 전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밋 총장단이 문화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한편, 이날 문화원 탐방을 마친 뒤 서밋 총장단은 2층에 마련된 장소에서 박철민 주헝가리대사와 ‘2026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2차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컨퍼런스에서는 헝가리에 진출한 기업 현황을 통해 국내 전문대학의 국제화 및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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