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4월 당시 파병을 앞두고 있었던 자이툰 부대원들. 연합뉴스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파병 기준의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하는 ‘호르무즈에서의 기여’는 이뤄지겠지만, 참전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외교가에서는 20여년 전 이라크 파병과 현재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9·11 사태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온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고, 노무현 정부에 파병을 요청했다. 국력도,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국제사회의 위상도 지금과는 한참 다른 한국이었다. 게다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제2차 북핵위기가 닥쳐온 가운데 위기감도 컸다. 실제로 고(故)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6년 12월 민주평통 자문회의 연설에서 “그것은 개인 노무현과 미국과의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냐 안하냐는 바로미터였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거센 파병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320의료지원단 ‘제마부대’와 제1100건설공병지원단 ‘서희부대’를 창설해 2003년 4월 이라크에 파병했다. 두 부대는 2004년 9월에는 이라크 아르빌 지역으로 파병된 자이툰 부대로 편입된다.
자이툰부대는 2008년 12월까지 지역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이라크 임시정부 지원, 이라크 치안 유지 활동지원, 적대세력 공격시 방어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학교 68개, 보건소 16개, 우물 및 관개시설 90개, 마을회관을 비롯한 공공시설 82개 등 모두 200여 개의 시설물을 새로 짓는 등 재건지원사업의 성과는 빛났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에서는 이야기가 다소 다를 수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이나 호주 등은 다국적군으로 참전하며 미국을 도왔다. 9·11 테러라는 명분이 있는 전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다소 늦게, 그것도 의료·건설 지원을 중심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면피’에 가까운 파병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호르무즈 파병 역시 이라크 파병과 유사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전투 자산을 종전 전후 등 다소 늦게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결과적으로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파병일 것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언급하며 “해적 등을 포함한 선박 수송로 국민안전 위협에 군이 대응하고 있고, 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검토하고 고심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국내 여론과 최근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감안하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예를 들어 신속한 전투 병력 파견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동맹국으로서 미국이 원하는 ‘기여’를 피할 수는 없다. 호르무즈 파병의 딜레마다.
두진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절충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종전 이후 기여 방안을 고민한다거나, 대미 투자를 즉각 이행하고 우리나라의 ‘상업적 합리성’을 양보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좀더 고려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 확보를 위해 다국적 부대의 파견을 논의하는 영국·프랑스 등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이득이 적다고 봤다. 두 연구위원은 “언뜻 영·프 협의체가 합리적 선택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제안을 거부하고 영프와 함께 한다는 점이 오히려 더 괘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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