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요구…결렬 시 5월 21일부터 18일간 파업
학계·정부, 파업 따른 ‘글로벌 공급망’ 우려...1분당 수십억 증발 예상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5월 총파업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시장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대로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기업 신뢰 훼손과 공급망 재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 결렬 시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 23일 평택사업장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교섭 시작 이후 4개월간 교섭에 임했으나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성과급 투명화, 상한폐지 제도화는 외면한 채 일회성 포상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한 사측 태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최고 이공계 인재들이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지금 정당한 보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며 “이번 투쟁은 단순 임금 투쟁이 아니라 삼성전자 미래와 대한민국 이공계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18일 멈추면 최대 30조 손실 추산
실제 총파업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으로 기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7월 25일간의 파업을 겪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당시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본다. 2년 전엔 실제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었지만 그 사이 노조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 파업을 주도했던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약 3만2000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만 7만5000여명에 달해 전체 임직원(12만5000여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 안팎에서는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 28분 간의 단기 정전으로 약 500억원의 손해를 봤던 사례를 감안하면 18일에 달하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와 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하루 약 1조원 규모 손실이 추산된다. 최 위원장은 “18일을 멈추면 18조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며 “설비 백업과 복구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30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1분당 수십억원, 하루 1조원 수준의 손실을 예상했다. 또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결의대회 당일 가시적인 생산 차질이 확인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생산량은 58%, 메모리 생산량은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흥 S1 라인의 경우 생산량이 74.3%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 비용’보다 수치 너머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접적인 손실보다 고객 불안과 거래처 이탈, 공급망 재편 압력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처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뿐 아니라 고객 신뢰 훼손, 글로벌 공급망 불안, 향후 협상에서의 임금 기준 상승이라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특히 반도체처럼 연속 생산 성격이 강한 사업은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7일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한 번 이익을 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 구조”라며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리고 미래 세대 몫이자 미래 경쟁력을 위해 남겨놓을 것인지에 대한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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