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실질가치가 올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화의 실질가치는 석 달 만에 11.7% 급등했다.
30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9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전달보다 3.2% 오른 92.73으로 집계됐다. 2024년 11월(93.43) 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과 물가 차이를 반영해 산출한 통화의 실질가치 지표다. 지수가 상승할수록 교역 상대국 통화에 비해 자국 통화의 실질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6월 83.0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9.33) 이후 17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당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코스피지수가 급등하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하던 시기다. 주가는 오르는데 원화 가치는 급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 7월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조달한 달러를 원화로 대거 환전할 것이란 기대에 다른 수출기업도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섰다. 시장은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주가 급락으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잦아든 것도 원인이었다.
이때부터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석 달 연속 빠르게 올랐다. 월별 상승률은 각각 7월 2.9%, 8월 5.2%, 9월 3.2%였다. 상승률 기준으로 7월에는 64개 통화 가운데 상위 2위, 8월과 9월에는 잇달아 1위에 올랐다. 두 달 연속 상승률 세계 1위는 1994년 이후 처음이다.
6월 달러당 1528.0원이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7월 1488.9원, 8월 1404.4원, 9월 1358.8원으로 낮아졌다. 이달 들어서는 1320원대까지 내려갔다. 시장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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