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지 유적에서 나온 백제인들의 삼태기.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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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여년 전 백제사람들이 곡식이나 흙을 퍼담기 위해 버들가지로 만들어 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삼태기가 충북 충주 장미산성 유적에서 나왔다. 나무자루가 온전하게 달린 쇠도끼와 성 안에 물자를 날랐던 소에 썼던 것으로 보이는 코뚜레도 유적에서 함께 나왔는데, 모두 한반도 고대유적에서 처음 출토된 희귀유물들이다.
국가유산청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소장 노명구)는 1일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산 73-2번지 장미산성 유적에서 근래 발굴성과를 소개하는 언론 설명회를 열어 백제 유적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5세기께 목조 집수지와 그 안에서 나온 삼태기, 쇠도끼 등의 여러 생활유물들을 공개했다. 연구소 쪽은 성벽을 갈라 당시 백제 왕성으로 추정되는 서울 풍납토성과 같은 토목기술 수준으로 만든 판축 벽체를 확인했고, 백제 중앙양식 토기들도 다수 수습해 백제 왕실과 조정이 충주를 중원지역의 핵심 거점으로 운영한 실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현장 설명회에서 우선 눈길을 끈 유적은 성 안 북쪽 계곡에서 드러난 목조 집수지였다. 내측 한 변 약 6.7m, 깊이 약 1.8m의 정사각형 형태로, 길이 7m가 넘는 밤나무와 참나무 재목을 통째로 다듬어 각 벽면에 부착하고 아홉 단으로 맞물려 쌓았다. 검회색 빛으로 수조를 두른 옛 목재들은 현재 목재와 섞어놓아도 구별하기 힘들만큼 보존상태가 좋아 보였다. 연구소의 최관호 특별연구원은 “삼국시대는 물론 통일신라시대까지 내려가도 이렇게 온전하게 목조 저장고 유적이 보존된 사례는 여기가 유일하다”며 “당대 물 자원 관리 체계와 고도의 토목기술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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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산성 목조 집수지 유적에서 나온 백제시대의 소 코뚜레 유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국내 처음 나무자루가 온전히 남은 완형으로 출토된 철제 도끼와 주조철부들. 장미산성 집수지 유적에서 나온 대표유물이다.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연구소 쪽은 6세기 이후 신라가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의 석축성벽 아래에서 5세기 백제시대 판축기법으로 만든 성벽 자취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판축은 나무틀을 만든 뒤, 안에 흙을 넣고 다져 성벽을 쌓아 올리는 토목 공법이다. 당시 백제 도읍 한성(서울)의 왕성으로 짐작되는 풍납토성·몽촌토성에서 쓰였다. 한성백제 왕성의 판축기술이 적용된 흔적이 뚜렷하고, 중앙양식 토기와 칠기류도 출토돼 백제가 장미산성을 중원지역 거점으로 설정하고 중앙의 기술과 인력을 투입해 토성을 쌓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1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가 취재진에 공개한 충북 충주 장미산성의 한성백제시대 목조집수지 발굴 현장. 길이 7m 넘는 목재를 다듬어 각 벽면에 올리고 아홉단으로 서로 맞물리게 해 한변 길이 약 6.7m, 깊이 약 1.8m의 정사각형 물저장고를 만들었다. 노형석 기자
장미산성의 성벽 일부를 절개한 단면부에서 보이는 판축면의 세부.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남한강 기슭에 자리한 충주 장미산성 유적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원경.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장미산성 유적에서 출토된 각종 식물 유체들.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성 안에서 동식물의 유체 유물과 성안에 살던 백제인의 생활도구들을 생생한 모습으로 찾았다는 점도 큰 성과로 꼽힌다. 국내 처음 고대 집수지 안에 쌓인 90톤 가까운 분량의 흙을 모두 퍼낸 뒤 일일이 물체질해 미세 유물과 유기물을 수습, 분석한 결과 쌀·팥·콩 등 재배·야생식물 50여 종과 소·돼지·개·자라 등의 동물 뼈가 확인됐다. 집수지에서 토기와 같이 나온 생활유물들중 삼태기와 소코뚜레는 국내 출토품중 가장 이른 시기 것으로 판명됐고, 쇠도끼도 끼운 나무자루가 온전히 남은 채 완형으로 나온 역대 유일한 사례란 점에서 주목된다. 5세기 산성에 머물던 백제 사람들의 삶과 주변 환경을 복원할 중요한 근거들이 쏟아진 셈이다. 이번 조사는 국가유산청과 충북도, 충주시가 함께 추진하는 장미산성 중장기 조사연구의 일부다. 연구소 쪽은 2022년 하반기부터 발굴조사를 벌여 기존 돌성벽 아래에서 백제 토성과 생활공간의 자취 등을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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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충주 장미산성 목조집수지 유적에서 열린 언론설명회 광경. 최관호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특별연구원(맨 왼쪽)이 집수지 둘레에 모인 취재진에게 유적을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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