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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2억 성과급이 던진 파장 [데스크칼럼]

대한민국 최고의 소개팅 룩이 'SK하이닉스 노조 조끼'라는 우스개소리가 직장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올해 회사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이 12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등장하면서다. 물론 개인별 인사 평가와 조직...

12억 성과급이 던진 파장 [데스크칼럼]

대한민국 최고의 소개팅 룩이 ‘SK하이닉스 노조 조끼’라는 우스개소리가 직장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올해 회사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이 12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 등장하면서다. 물론 개인별 인사 평가와 조직 성과에 따른 격차가 있을 것이기에 모든 직원이 12억 원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12억’이라는 숫자가 대중을 자극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숫자를 만들어낸 경영의 문법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단순히 ‘HBM의 승전보’나 일시적인 ‘돈 잔치’로만 치부한다면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또 다른 핵심은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의 변화’에 있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에게 보너스란 오너가 베푸는 시혜에 가까웠다. 기업의 사명에는 ‘인류의 편익’과 ‘상생’을 수놓으면서도, 정작 이익을 나누는 기준은 모호한 산식 뒤에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약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제도를 명문화하고 상한선마저 철폐하며 이 블랙박스를 과감히 해체했다.

보상의 체계, 투명성의 문턱을 넘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증명된 ‘인재 경영’의 문법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석유 기업 힐코프 에너지(Hilcorp Energy)는 목표 달성 시 전 직원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는 파격을 선보였고, 넷플릭스(Netflix)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경영 철학의 1순위로 둔다. 그들에게 보상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기업의 미션을 지탱하는 ‘경영의 원칙’이다.

물론 투명성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마주할 과제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선 ‘성과급의 고정비화’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호황기에 정립된 투명한 산식은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기로 접어들 때 경영진에게 거대한 재무적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단 지적이다. 한번 높아진 직원의 기대치는 불황기의 적은 보상을 ‘권리의 침해’로 인식하게 만들며, 이는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승자의 저주’가 될 우려가 있다.

조직 내부의 결속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룹 내 반도체 부문의 독주는 역설적으로 ‘원 팀’ 정서의 붕괴를 가속화하기 십상이다. 같은 그룹 명함을 달고도 계열사 간 보상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배터리나 통신 등 타 부문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 거액의 성과급이 인재를 묶어두는 당근이 되기보다 조기 은퇴나 이직을 유도하는 ‘엑시트 머니’로 작동하는 아이러니 또한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실의 경영으로 선뜻 회귀하려는 유혹에 경계해야 한다. 막대한 수치와 이로 인한 부작용에 매몰되기보다 그 숫자가 도출된 ‘과정의 공정함’에 주목하는 것이 성숙한 자본주의와 세대 간 공존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명한 보상 체계가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에 국한된 전유물이 아닌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 쟁탈전은 이제 모든 산업군에서 벌어지는 전방위적 전쟁이며, '예측 가능한 공정성'은 그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특히 '공정'과 '데이터'를 소통의 언어로 삼는 새로운 세대에게는 명확한 산식이 매력적인 유인책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마냥 높은 연봉이 아니라 ‘명확한 규칙’일지 모른다. 깜깜이 산식을 걷어내고 광장에서 성과의 원칙를 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품격 있는 해법일 수 있다. 하이닉스의 조끼가 던지는 질문은 이제 보상의 액수를 넘어, 우리가 다음 세대와 어떤 계약을 맺을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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