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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년 전 이재용의 선택, 삼성 성장의 핵심동력 되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올해로 10년 차를 맞으면서, 전장과 오디오를 양축으로 한 성장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6년은 하만의 대표 오디오 브랜드 JBL이 탄생 80주년을 맞는 해이자, 삼성이 하만 인수를 공식...

10년 전 이재용의 선택, 삼성 성장의 핵심동력 되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이제 하만은 삼성전자의 첨단 전장 사업과 음향 사업에 필요한 핵심 자회사가 됐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올해로 10년 차를 맞으면서, 전장과 오디오를 양축으로 한 성장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6년은 하만의 대표 오디오 브랜드 JBL이 탄생 80주년을 맞는 해이자, 삼성이 하만 인수를 공식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JBL의 출발은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JBL은 미국 음향기술자이자 창업주인 제임스 블로우 랜싱(James Bullough Lancing)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본래 그의 본명은 제임스 마틴(James Martin)이지만 제임스와 평생의 파트너였던 켄 덱커가 함께 우수한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로스앤젤레스에 오디오 전문 기업 '랜싱 매뉴팩처링(Lancing Manufacturing)'을 창업했다. 이 때 제임스 마틴은 이름을 ‘제임스 블로우 랜싱’으로 개명했다. 이후 그의 이름은 이니셜을 따 JBL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와 만나 배터리 및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후 하만의 뿌리인 하만카돈이 1953년 설립됐고, 1969년 JBL을 인수하면서 하만은 글로벌 오디오 기업으로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KG, 뱅앤올룹슨 카오디오 부문, 마크 레빈슨, dbx, 인피니티, 렉시콘, 레벨(Revel) 등 세계적 브랜드를 잇달아 품으며 멀티 브랜드 전략을 강화해 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하만 인수를 발표했고, 2017년 3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약 80억달러, 당시 기준으로 한화 9조4000억원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 있는 승부수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후 하만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단위: 원). 사진=삼성전자

하만은 2019년 처음으로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매출 15조7833억원, 영업이익 1조531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2017년 매출 7조1034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2025년 삼성전자 정기 주총 현장. 주주들이 하만의 최신 기술들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현재 하만은 삼성전자 내에서 전장과 오디오를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기준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무대 음향과 블루투스 스피커 등 전문 오디오 분야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5~70%가 전장 관련 사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디오 명가라는 기존 위상에 더해 전장 분야에서도 글로벌 상위권 기업들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몸집을 키웠다.

2025년 CES 내 삼성전자·하만 전시장에는 첨단 차량 기술들이 대거 전시됐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미래차와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를 겨냥한 전략적 결합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장(電裝)을 '삼성의 넥스트 성장동력'으로 보고 과감하게 하만 인수를 결정했고, 하만 역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전자소자 기술과 만나 시너지를 키우는 구조를 만들었다.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시스템, 블루투스 스피커 등 하만의 핵심 제품군은 삼성전자의 첨단 IT 부품·제조 역량과 결합해 경쟁력을 높였고, 삼성전자도 이를 통해 엑시노스 오토칩과 스마트싱스 플랫폼의 활용 범위를 넓히며 스마트카와 스마트홈 분야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오디오 기술 측면의 시너지도 적지 않다. 하만이 수십 년간 축적한 음향 기술은 삼성전자 TV와 가전, 모바일 제품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며 삼성의 완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 왔다. 즉, 하만은 전장 자회사이자 동시에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사운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최중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최근 들어 미래차와 프리미엄 오디오 분야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15억유로에 인수했다. 이 사업부는 자율주행용 스마트 카메라 모듈 분야 세계 1위로 평가받으며, 20년 넘게 축적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하만의 자율주행 통합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헝가리에는 1억3118만유로를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연구개발센터와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12월 23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이 이날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오디오 부문 투자도 이어졌다. 하만은 2025년 5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 마란츠, 폴크 오디오, 보스턴 어쿠스틱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보하며 '슈퍼 오디오 생태계'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기존 JBL, AKG, 마크 레빈슨 등에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B&W까지 더해지면서, 하만은 업계에서도 드문 수준의 하이엔드 오디오 멀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하만의 오디오 경쟁력은 JBL 80주년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1946년 설립된 JBL은 우드스탁 페스티벌부터 영화관, 공연장, 홈 하이파이, 스마트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음향 역사를 써온 브랜드다. 300개가 넘는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2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과학기술상, 2005년 테크니컬 그래미를 수상했다. 오스카상과 그래미상을 모두 받은 오디오 브랜드는 JBL이 유일하다는 점도 상징성이 크다.

하만의JBL 블루투스 스피커 'FLIP 7'. 사진=삼성전자

JBL의 대표적인 특허 기술로는 세계 최초 영화관 스피커의 표준 정립뿐 아니라 재생 레벨에서 정확한 저음 응답을 제공하는 '슬립 스트림 저주파 포트(Slip Stream low frequency port)',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을 수직 또는 수평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레시브 트랜지션 웨이브가이드(Progressive Transition waveguides)' 등이 있다.

하만의 JBL 무선 헤드폰 'Tour ONE M3 SMART Tx'. 사진=삼성전자

JBL은 최근 블루투스 스피커와 포터블 스피커 시장에서 MZ세대를 겨냥한 제품군을 확대하며 젊은 브랜드로의 변신에도 성공했다. AKG 역시 글로벌 K팝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B&W, 데논, 마란츠까지 더해지면서 하만은 대중형 오디오부터 하이엔드 럭셔리까지 전 라인업을 아우르는 브랜드 체계를 완성했다.

B&W는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 등 세계 최고 녹음실에서 모니터링 스피커로 사용되는 브랜드로, 대표 제품 '노틸러스'는 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B&W의 하이엔드 스피커 '노틸러스'. 천재 스피커 개발자로 불리는 로렌스 디키의 역작이며 현재도 개별 주문 후 생산되는 특주품이다. 사진=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JBL의 80주년과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10주년은 단순한 기념 시점을 넘어, 삼성전자와 하만이 함께 쌓아온 전장·오디오 전략의 현재 성적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깊이 있는 오디오 기술과 자사 IT·부품 기술을 결합해 전장과 소비자 오디오 시장 모두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하만의 오디오 분야의 기술적 깊이와 삼성전자의 혁신 역량을 결합해, 전 세계 고객들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월요신문=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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