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 결의대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일을 일주일 앞두고 생산 차질과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비상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1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예고된 노조 파업에 대비해 신규 웨이퍼 투입을 제한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공정을 재편하는 '웜다운(Warm-down)' 조치에 착수했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가동되는 초정밀 특성상, 파업 전후의 사전 예비 작업과 사후 정상화 과정까지 고려하면 실제 생산 차질 기간은 한 달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피해 규모는 압도적이다. 업계는 제조 공정이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직간접적 손실이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8년 평택 공장에서 발생한 28분간의 정전 사고 당시 약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1분당 1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18일간의 파업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정상화에만 추가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 파업 참여 신청자가 4만 3,000명을 넘어서며 반도체 부문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담할 것으로 보여 공장 '셧다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단기적 금전 손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신뢰 상실과 그로 인한 중국 업체로의 시장 점유율 이탈, 핵심 인재 유출 등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76조에 따른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터진 이번 파업 위기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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