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지난해 말 고환율 여파로 위축됐던 증권가의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상장 미국 대표 지수형 ETF를 앞세워 투자 혜택을 제공하면서 해외 투자 수요 확보에 힘을 싣는 흐름이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진행 중인 ‘ETF 모으기’ 이벤트에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해외형 ETF 3종을 포함했다. 대상은 ‘ACE 미국S&P500’ ‘TIGER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KIWOOM 미국S&P500모멘텀’으로 미국 대표 지수에 투자하거나 미국 주식과 채권을 함께 편입하는 상품이다.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를 매수하는 고객에게 행사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달부터 해외형 ETF까지 판촉 대상을 넓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계좌 고객에게 순매수 실적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3분기만 해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규 상장 ETF에 한정해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해외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까지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KODEX·KIWOOM·SOL·RISE·KoACT 등 5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가운데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 국내에 상장된 각 사 ETF 전 종목이 대상에 포함된다.
판매 채널뿐 아니라 운용사들도 해외형 ETF를 대상으로 한 자체 판촉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미국 배당형 액티브 ETF 신규 매수 이벤트와 미국 대표 지수 및 배당 ETF 보유 인증 행사를 선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사 미국 대표 지수 ETF 라인업을 중심으로 적립식 매수 인증 행사를 진행 중이며 하나자산운용도 연말까지 같은 유형의 ETF 순매수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투자 마케팅을 둘러싼 업계 기류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원화 약세가 심화하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해외 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에 제동을 걸었다. 거래 금액에 비례한 현금성 보상도 과당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이후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관련 판촉 활동을 축소해왔지만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 중반까지 내려온 국면과 맞물려 ETF를 매개로 서학개미 고객 유치에 다시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최근 코스피의 급격한 조정에 따라 국내 증시 관련 ETF의 투자 열기가 크게 식은 점도 환경 변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올해 1~7월에는 매월 국내 주식형 ETF가 월간 자금 순유입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8월에는 ‘TIGER 미국S&P500’이 1위에 오른 데 이어 미국 대표 지수형 ETF가 상위 5개 상품 중 4개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가 1위에 올랐으며 미국 지수 추종 ETF 2종과 금리형 ETF 2종이 나머지 상위권을 채웠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공식적인 해외 주식 마케팅 자제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마케팅 부서 관계자는 “해외 주식 관련 광고와 관련해서는 아직 기존 지침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 중”이라며 “국내 상장된 해외 기초자산 ETF의 경우 운용사들의 마케팅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