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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오래된 오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얼마 전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든든한 안전망이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고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달러 조달 부담이 맞물린 상황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얼마 전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든든한 안전망이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고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달러 조달 부담이 맞물린 상황에서 관심을 끌었다.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되찾은 지금도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어지고 있다.

6월 최고 1561원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하방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8월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 외환시장의 오랜 염원이다. 특히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시장 불안을 진정시켰던 경험이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할 때마다 최우선 해법처럼 거론되는 이유다. 여기에 통화스와프를 한미 동맹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미국이 어떤 이유로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는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0년 코로나19 당시 공개적으로 밝힌 통화스와프의 목적을 보면 우리의 생각과는 작지 않은 간극이 있다. Fed는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미국 금융시장에 초래하는 위험을 줄이고, 미국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스와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 경제를 보호하는 데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 5개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배경도 이해할 수 있다. 이들 중앙은행이 관할하는 금융시장은 국제 달러 자금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Fed는 5개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상설화하면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협정의 연장 여부를 걱정하지 않도록 해 금융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교적 친밀도가 높아서라던가 동맹에 제공되는 보상이라기보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판단에 가깝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환율을 안정시키는 만능열쇠라는 인식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통화스와프는 금융기관이 달러를 구하기 어려울 때 중앙은행을 통해 달러를 공급하는 장치다. 환율을 특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통화 가치 하락을 막아주는 제도가 아니다. 더구나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 해외투자 확대, 국제 자본의 이동,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면 통화스와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원화 가치 하락과 시장의 달러 부족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엄밀히 100% 같은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최근 대미 투자와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결하는 논리에도 이런 오해가 깔려 있다. 한국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으니 미국도 달러 조달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는 일은 달러 자금시장이 마비되는 상황과 성격이 다르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투자를 원한다고 해서 Fed가 통화스와프를 제공할 의무도 없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미국 재무부가 아닌 Fed의 권한이다.

조미현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물론 통화스와프의 효용은 분명하다. 위기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이 통화스와프 요청에 응할 것처럼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외환 보유액과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을 충실히 관리하고, 대미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에 미리 대비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를 지탱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그에 대한 신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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