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미국과 거래정보 교환 시점 맞춰…추가 준비 필요 주장도
‘손실 3년 이월공제’ 도입도 추진…시행 두 달 앞두고 ‘4번째 유예’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029년으로 2년 더 미루기로 했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투자 손실을 3년간 이월공제하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가 반복적으로 연기되면서 조세 형평성과 정책 신뢰성을 둘러싼 비판이 따른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가상자산 소득 과세 2년 유예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2029년에는 과세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전문가와 업계, 국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추가 준비기간을 거쳐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에 22%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시행이 2022년에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미뤄졌다.유예의 주된 이유는 해외 거래정보 확보의 한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한국·일본·영국·독일 등은 2027년부터 거래정보를 교환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참여한다.
정부는 미국 거래소를 통한 소득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과세하면 세 부담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쏠려 국내 시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본다.정부는 유예기간에 국제 정보 교환 동향을 점검하고 국내외 과세자료 연계·분석 시스템을 확충해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한 가상자산 투자 손실을 이후 3년간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도 추진한다.
기존 과세 규정은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하는 것만 허용하고,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월공제가 도입되면 2029년 발생한 손실을 2032년까지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해줘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정부는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디지털자산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와 사업자 규율체계 변화에 맞춰 과세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행을 두 달도 남기지 않고 정부가 네 번째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
길용원 광운대 연구교수는 “가상자산 과세의 반복된 유예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법의 기본 원칙을 후퇴시키고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2029년 시행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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