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 가상자산 과세, 더 이상의 유예는 조세 포기와 다름없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세 차례나 미비한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문제를 이유로 미뤄진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이유로 연기한다면 이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설] 가상자산 과세, 더 이상의 유예는 조세 포기와 다름없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세 차례나 미비한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문제를 이유로 미뤄진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이유로 연기한다면 이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제도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업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법률을 마련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준비 부족을 핑계로 시행을 미루는 것은 정부와 업계의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가상자산 과세의 법적 근거는 2020년에 마련됐다. 당초 2022년 시행을 목표로 했으나 세 차례나 연기되었다. 유예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해외 거래소의 정보 확보가 어렵다는 점, OECD의 암호화 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도입되어도 국가별 참여 시점이 달라 당분간 과세 사각지대와 조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런데도 과세를 위한 법률은 제정되었다. 정부가 계속 과세를 연기하는 동안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과세 시스템 구축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거나,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과세의 어려움이 과세 자체를 계속 연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거래자료 제출 의무와 취득가액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며, 미비한 부분은 단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 모든 여건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조세의 기본 원칙이다. 가상자산 투자 역시 수익이 발생한다면 합당한 과세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른 금융자산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가상자산만 예외로 둘 수는 없다. 청년층의 투자 부담 역시 과세 연기가 아닌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투자자 부담 완화라는 명분이 특정 자산에 대한 과세 특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유예는 정책 신뢰를 무너뜨린다. 시행 시점을 정해 놓고도 번번이 물러선다면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개선 없이 유예만 되풀이된다면 성실한 납세자와 타 자산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거래 정보 확보, 과세 시스템 구축 일정, 신고 절차와 구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준비 부족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행을 미룬다면 국민은 이를 사실상의 과세 포기로 받아들일 것이다. 과세는 선택적 편의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해야 할 책무다. 더 이상의 무책임한 유예는 없어야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