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와 소비에슈, 라스타, 하인리….
도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있었는지도 가늠하기 힘든 이 이름들. 근데 국내 제작진이 만들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K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생소한 건 이름만이 아니다. 배경은 우뚝한 산맥을 뒤로 한 서양 성채에, 의복은 세상 화려한 드레스?
(마리오아울렛 제공)
3일 1~4회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재혼황후’는 짧지 않은 우리 드라마 역사에 실험작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과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영상화가 결정됐을 때부터 꽤나 논란거리였다. 중세 유럽을 닮은 왕실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를 한국 배우로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공개 직후 국내외 반응은 호평이 많은 편이다. 마지막까지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연기와 연출, 각색이 될 터. 세 가지 측면에서 이 드라마를 분석해봤다.
① 이질적인 세계관 메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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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줄거리는 이렇다.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는다.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 허가를 요구하며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가 펼쳐진다. 첫눈에 봐도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관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느 작품보다도 연기가 중요하다. “당신과 함께 이 영광을”, “새의 이름은 퀸으로”, “오늘은 양보하지 않아” 등 소화하기 만만치 않은 대사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신민아는 초반엔 대사가 잘 입에 붙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갈등관계가 깊어질수록 표정이나 호흡에 변주를 주며 조금씩 안정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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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이 인상적이다. 하인리는 새와 인간을 오가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시청자에게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거란 걱정이 컸다. 하지만 특유의 담백한 연기로 이질적인 세계관을 납득시킨다. 이세영 역시 눈에 띈다. 라스타는 판을 흔드는 동시에 나비에의 대척점에 서는 인물. 이세영은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소화해내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② K드라마 한계 넘은 미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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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기대 이상이다. 사실 제작진은 한국 사극이나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각색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작사 스튜디오N의 권미경 대표는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이 작품의 힘”이라며 서양풍 세계관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제작진은 독일과 체코 등 해외 로케이션과 국내 세트장 촬영, 시각효과(VFX) 등을 병행하며 원작의 비현실적인 공간을 화면에 멋드러지게 구현해냈다. 이에 “스케일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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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국적인 소품과 의상은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하지만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나비에의 드레스나 신년 무도회 등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볼거리임은 분명하다. 여러 북미권 비평 사이트에서도 “화려함과 위험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영상미”, “한국판 ‘브리저튼’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③ ‘막장 드라마’ 속도감이 오히려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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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또 다른 우려 중 하나는 드라마가 10부작이란 점이었다. 웹소설에선 1년 4개월간 325회에 걸쳐 서술됐던 이야기를 지나치게 압축하는 것 아니냐는 것. 실제로 드라마의 속도감은 상당히 빠르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반하고, 나비에가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비에와 하인리가 만나게 되는 각각의 과정이 1~3회 만에 이뤄진다. 섬세한 심리 묘사는 과감히 생략하고, 인물 간 갈등과 사건 연쇄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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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반부만 평가하자면, 이는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치밀한 감정선보다 치정극의 장르적 재미를 내세운 게 주효했다. 캐나다 연예매체 스크린랜트는 ‘재혼황후’를 “2026년 최고의 K드라마 자리를 다툴 유력 후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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