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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열린마당] 나토 조약 5조보다 앞에 있는 3조

이재명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중단·감축·폐기’라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핵 개발 중단과 제재 완화를 맞바꿔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총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열린마당] 나토 조약 5조보다 앞에 있는 3조

이재명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중단·감축·폐기’라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핵 개발 중단과 제재 완화를 맞바꿔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총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불가역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 완전한 비핵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단계적 접근은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검증과 폐기 시간표 없는 제재 완화는 핵을 강화할수록 보상받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대화는 필요하다. 북한 핵시설을 일곱 차례 방문한 미국 핵무기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도 일괄 핵 포기는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핵무기의 확대와 수출을 막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핵물질 생산을 중단한 뒤 감축과 폐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결은 종착점이 아니라 첫 단계여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북한 대남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아예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이자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같은 민족에게 핵을 사용한다는 이념적 모순에서 벗어나 핵무기를 국가 간 자위권 행사로 포장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담겨 있다.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다음으로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위협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을 희생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끌어냄으로써 미국의 개입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위축시키려는 노림수가 보인다. 궁극적으론 전술핵으로 우리 도시와 군사시설을 위협하고 국민을 볼모로 삼아 한국의 굴복을 강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밀어내고 한국은 핵으로 제압하려는 ‘동맹 분리’ 전략이다.

이러한 위협 앞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창설 조약 제3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제5조가 집단방위의 약속이라면, 제3조는 그 약속을 뒷받침할 자조와 상호원조 역량, 즉 공격을 견디고 국가 기능을 유지할 능력을 각 회원국에 요구한다.

나토는 정부 기능, 에너지, 식량과 식수, 통신, 교통, 대규모 인구 이동, 인명 피해 대응 등 7가지 국가 회복력 기준을 두고 있다. 군대가 버텨도 정부와 전력망, 통신망, 의료체계가 무너지면 전쟁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동맹 지원을 국가 생존의 전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원칙만큼은 마찬가지다.

독일 통일의 교훈도 다르지 않다. 서독은 통일의 이상을 지키되 명분만 앞세우지 않았다. 동독과 대화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력, 나토 동맹을 굳건히 했다. 체제의 매력과 대화를 뒷받침할 힘이 통일의 기회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단계적 접근이 비핵화로 이어지려면 동결 범위를 핵물질 생산과 탄두 제조, 운반수단 개발까지 명확히 하고 국제 검증을 보장해야 한다. 제재 완화도 북한의 이행에 맞춰 단계적·가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 체계에 더해 ‘국가 핵위기 회복력’을 안보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세워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비상대비계획과 을지연습을 토대로 정부 기능과 핵심 기반시설 유지 능력을 점검하는 ‘국가 핵위기 회복력 보고서’를 매년 작성해야 한다. 기존 핵 공격 국민행동요령도 실제 상황에 맞게 보완하고 교육·훈련을 정례화해야 한다. 비핵화 목표를 끝까지 견지하되 북한이 핵으로도 대한민국을 굴복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북핵 시대의 현실적 평화다.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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