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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재제청 요구 거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답변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증인선서를 하지 않고, 의원들의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자 해명을 자처하고 나선 것. 조 대법원장은 미리 준비해 온 A4 용지 2장을 재킷 안에서 꺼내 들었다. 이어 “부득이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며 작심한 듯 6분여간 발언을 이어 갔다.
지난해 국감에서 약 90분간 자리를 지키면서도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던 조 대법원장은 이날 직접 반박에 나섰다.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인사말 외에 질의에 직접 답변하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1972년 국감이 폐지됐다가 1987년 개헌으로 이듬해 재개된 이래 처음이다.
조희대, ‘위헌’ 6차례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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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헌법 조항을 읽으며 대법관 재제청 요구 거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지난달 28일 출근길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했던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자신의 입장을 담은 원고까지 직접 준비해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해당 원고는 조 대법원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감에서 “처음 보는 문서”라고 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이석하지만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이날 오전부터 약 2시간 30분간 자리를 지켰다. 인사말을 마친 뒤 증인선서를 위해 출석한 대법원 관계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조 대법원장은 앉은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선서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며 자리에 앉아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조 대법원장은 헌법 104조를 언급하며 “대법원장과 국회, 대통령에게 각각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대법원 구성에 관한 권한이 조화롭고 독립적으로 행사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이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며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건 사법권 독립에 반하는 위헌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위헌’이라는 표현을 총 6차례 썼다.
대통령과의 대법관 제청 협의에 대해서도 “헌법의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해서 (대통령과) 협력해 온 것”이라며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서 모든 헌법상의 의무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국회가 헌법에 전혀 없는 것을 따져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법 사태에 대해서도 “폭동 사태에 침묵하거나 소홀히 한 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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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曺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 없어”
이날 진보당 손솔 의원이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게 아니냐고 국민이 묻고 있다.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고 묻자,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모욕적”이라며 “또 슬픈 일”이라고 응수했다. 또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사법부가 침묵했다고 비판하자 조 대법원장은 “전혀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계엄사령부의 인원 확인과 명단 요구에 대해 “위헌적인 행위니까 보내지 말고 명단도 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대법원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업무추진비로 와인 1억800만 원어치를 구매한 점 등 공세를 이어가자 조 대법원장은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가 식사 비용 논란에 대해선 “(법원행정처) 직원들이 자주 모이기 싫어하고 한 번씩 만나되 대신 그동안 못 먹어 보던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며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몸을 낮췄다.
이날 오전 국감에 출석했던 조 대법원장은 오후 2시 44분경 재개된 국감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 처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 이유에 대해 “감기가 많이 심해졌다”며 “사법권 독립 문제도 있어 일단 이석했다가 끝날 무렵에 마무리 말씀하러 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후 10시 50분경 국감 종료 무렵 돌아와 “대법관 공석 상황에 우려를 표해주신 의원들 말씀을 마음깊이 새기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거듭 송구하다. 저는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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