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집에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위험한 산단 대책 세워라”
노동부, 영암 대불산단 불시점검…안전난간 미설치 등 무더기 확인
2년 사이 중대재해 11명 사망…“반복되는 사고 끊고 안전한 일터로”
2026년 11월 03일(화) 21:20
영암 대불국가산단 전경.<영암군 제공>
영암군 대불산단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 2년 간 무려 11명의 노동자가 숨졌는데도, 노동당국의 점검 때마다 부실한 안전 실태가 드러나면서 총체적 안전 미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동부가 지난 3월 특별점검 이후에도 노동자가 배관에 맞거나 철제 부재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이어진데다, 최근 실시한 불시점검에서도 사업장 내 안전난간과 작업발판 미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비 사항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정부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대불산단 내 조선업 사업장을 불시에 방문해 고위험 작업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현장에서는 다수의 안전 위험 요인들이 적발됐다. 추락을 막기 위한 단부 안전난간과 작업발판이 설치되지 않았고, 승강용 사다리 등 안전통로도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용접기 배선의 절연피복이 손상돼 있었으며, 고소작업대 작업 시 작업지휘자와 유도자도 배치되지 않았고, 산단 내 보행통로와 차량 운행구역이 구분되지 않거나 통로 표시선이 마모된 사례도 확인됐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3월에도 대불산단 내 조선업 사업장을 불시 점검했는데, 이 때도 선박 블록 상부의 추락방지 조치 미실시, 안전발판 사다리 하부 손상, 가스 배관 분기관 미식별에 따른 혼용 사고 우려 등 문제점을 적발한 바 있다.
대불산단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사이 11명(외국인노동자 4명 포함)이 중대재해로 사망, ‘죽음의 산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계에서는 추락·온열질환 등 사고를 포함하면 1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7일 대불산단 내 지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13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이튿날인 18일에도 지붕 개량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4.5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3월 8일에는 대불산단 내 하청업체 청년 노동자가 운송차량에 끼여 숨졌고, 같은 달 22일에는 태국 국적 노동자가 용접 불꽃으로 전신화상을 입었고 25일에는 남성 용접사가 블록에 깔려 숨졌다.
4월 16일에는 태양광 설비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2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고 5월 17일에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2.7m 높이에서 떨어졌고 23일에는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사망했다.
8월 7일에는 지붕 태양광 설비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10월 10일에는 크레인 상부의 끊어진 전선레일을 수리하다 8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올해도 지난 2월 24일 하청업체 노동자가 가스에 질식해 숨졌고 같은 달 28일 공장에서 캄보디아 국적 노동자가 철판에 끼여 사망했다. 6월 22일에는 노동자가 로프에 맞아 숨졌고 27일에는 노동자가 크레인으로 들어 옮기던 700㎏ 금속 선박 배관에 맞아 숨졌다.
노동계에서는 속도를 우선하는 현장 관행을 원인으로 꼽는다. 조선업의 호황으로 대불산단이 속도전에 빠지면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일감에 현장에서 숙련공이 부족해 경험이 많지 않은 노동자들이 투입된 점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노동계 분석이다.
장문규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은 “조선업 불황 공백을 겪고 다시 물량이 늘면서 감당할 인력과 숙련이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 정주근로자들이 줄어들면서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게 되는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운영위원장은 “노동강도가 높고 임금은 낮은 데다 위험까지 크다 보니 내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노동청 측은 조선업 호황으로 대불산단의 작업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산과 고용이 확대되는 데 비해 각 작업장 내 안전관리 역량은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유미 광주노동청 목포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감독과 팀장은 “조선업 호황으로 작업이 많아지다 보니 재해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경우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규모 사업장 위주의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의사소통을 개선해 안전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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