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들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의 질의에 답하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으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은행권이 받아든 청구서는 이제부터다. 연쇄 해킹 사고에 따른 피해 보상과 보안 투자, 경영진 책임 문제가 남아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가산·우대금리 조정 실태 점검도 예정돼 있어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해소되지 않아 연말 대출 관리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전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감을 마무리했다. 이번 금융권 국감의 최대 쟁점은 고객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고였다. 지난 19일 금감원 국감에는 5대 은행장이 증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5대 은행장이 국감에 함께 출석한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국감장에서는 은행들의 늑장 대응과 피해 입증 부담을 고객에게 넘기는 보상 방식에 질타가 쏟아졌다. 신한은행은 해킹을 인지하기까지 15시간 이상, 국민은행은 67시간 이상 걸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보상 안내에 ‘입증된 피해’라는 표현을 써 입증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2차 피해가 생기면 전액 보상하겠다는 신한은행의 방침을 두고 “말장난 아니냐”며 유출 책임을 따져 물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고객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고객 2만5000여명에 대해 “일단 전액 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전액 보상 방침을 이미 고지했다고 밝혔고,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추가 피해에 대해 “100% 배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제 관심은 약속의 이행 범위와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자체에 대한 보상 요구까지 제기된 만큼, 보상 범위와 피해 입증 방식이 후속 쟁점으로 남았다. 향후 2차 피해가 확인될 경우 보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은행의 정보보호 예산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안 투자액과 인력 확충 요구도 커졌다.
경영진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있는 사이버보안 해킹 사고와 관련해 아마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사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국은 보안 취약 분야를 전수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은행권은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뿐 아니라 경영진 책임을 둘러싼 후속 절차에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산금리 내리고 우대금리 축소…‘풍선효과’ 점검
대출금리를 둘러싼 논란도 국감 이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은행법령은 신규·갱신 대출의 금리를 산정할 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일부 법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험료 반영 금지도 법제화했지만, 두 항목은 2023년부터 이미 금리 산정에서 빠져 있었다.
국감에서는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대신 우대금리를 더 크게 줄여 법 개정 효과를 상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국민·NH농협은행 대표 상품에서 가산금리 인하 폭보다 우대금리 축소 폭이 더 컸다며 “법으로 가산금리를 내리라고 했더니 우대금리를 줄이는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가산금리가 낮아져도 우대금리가 더 크게 줄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최종 금리는 오를 수 있다.
22일 종합감사에서는 금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대출금리와 결정 과정의 공시를 통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공시 등을 포함해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공시 확대가 구체화하면 은행들은 금리 조정의 근거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다 상세히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량 규제는 ‘미결’…늘리자니 목표 초과, 조이자니 실수요자 외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시했다가 8월 3% 수준으로 높였다. 지난 8일 금융위 국감에서는 넉 달 만에 목표를 두 배로 바꾼 정책이 실수요자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은행권 자율 형식으로 운영하면서도 목표를 넘긴 은행에는 이듬해 한도를 줄이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두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수준이 워낙 높다”며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장 은행들은 연말을 앞두고 대출 문턱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대출을 늘리면 총량 목표를 넘기고, 대출을 조이면 실수요자 외면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보안 비용과 금리 점검 부담까지 겹쳐 연말 영업 전략을 짜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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