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즐거움, 손에 잡히지만
미래 보상은 손밖 어딘가 있어
문명 발전할 수록 세상은 복잡
즐기는 것 역시 행복의 소중함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오늘 특가’, ‘한정판 출시’. 이런 문구를 보면 평소 별 관심 없던 물건도 돌연 사고 싶어진다. ‘마감 임박’, ‘올해 마지막 기회’ 등의 글자를 접하는 순간 마음까지 급해진다. “지금 안사면 손해다.”
왜 그럴까?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에 따르면 인간은 본시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돈은 참 편리한 발명품이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커피도, 도시락도, 키링도 살 수 있다. 당장 쓰지 않으면 주말이나 다음 달에 사용할 수도 있다. 미래 선택지를 보관하는 실로 유용한 도구가 바로 돈이다.
한데 인간은 손에 쥔 돈보다 눈앞 물건에 더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귀갓길에 잠시 들른 편의점에서 ‘오늘만 4천900원’이란 문구를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린다. 특히 ‘오늘만’이란 문구에 ‘지금 사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맛보거나 가질 수 없다’는 절박감이 욕구를 한층 자극해 결국 구매로 이어진다. 돈을 써버리면 나중에 다른 걸 살 수 없게 된다는 점까진 미처 떠올리진 못한다.
간단한 선택을 하나 해보자.
① 오늘 1만원을 받는다. ② 내일 1만1천원을 받는다.
자,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건가? 많은 사람이 ①을 고를 터다. 이번엔 조금 물음을 바꿔 던진다.
③ 1년 뒤에 1만원을 받는다. ④ 1년 하고 하루 뒤에 1만1천원을 받는다.
어느 쪽을 골랐나? ④를 고른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사실 두 선택지 모두 하루만 지나면 자연스레 1천원이 늘기에 하루 뒤(내일)의 선택지에 몰릴 법도 하다. 그럼에도 ①처럼 ‘오늘’에 특별히 눈이 가는 건 왜일까?
이른바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다. 오늘의 즐거움은 손에 잡히지만 미래의 보상은 아직 손밖 어딘가에 있다. ‘○○ 한정’은 바로 그런 심리를 유혹하고 자극한다.
‘지금 안사면 다신 못 삽니다’. 이 한마디가 미래 선택지를 좁혀버린다. 평소라면 ‘다음에 사지 뭐’라며 이성적으로 판단할 사람이, ‘지금 아니면 안 돼!’라며 조급해진다. 이건 인류의 오랜 생존 본능 흔적일지도 모른다.
인류 조상들이 살던 정글에선 미래가 지금처럼 안전하지 않았다. 오늘 먹을 게 있다고 내일도 먹을 수 있단 보장은 없었다. 그런 환경에선 미래를 위해 현재의 기회를 포기하기보다 지금 얻을 수 있는 걸 최대한 확보하는 게 유리했다. 맹수는 사라졌지만 본능은 남았다. 현대인은 한정 초콜릿 하나를 앞에 두고도 마치 생존이 걸린 것처럼 고심한다. 충동구매 다음엔 뭐가 따라올까? 그렇다, 바로 막심한 후회다. ‘에휴, 왜 샀지!’, ‘조금만 더 참을걸’.
사실 후회는 무조건 나쁜 감정이 아니다.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고 다음 선택을 바꾸게 만드는 일종의 ‘학습 효과’를 가진 때문이다. 맹수의 습격을 받았던 장소, 사냥에 실패했던 경험, 독이 포함된 열매를 기억하는 건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다. 후회가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는 것도 같은 이유는 아닐까. 임팩트 지닌 감정은 뇌가 경험을 더 오래 기억케 만든다.
역설적이게도 문명이 발전할수록 세상은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어제 주식시장을 아무리 복기해도 오늘 주가를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 오늘의 성공 전략이 내일 통한다는 확신 또한 없다. 지금까진 ‘과거 경험 → 미래 행동’이란 학습법이 잘 통했지만,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듯 세상이 급변하면서 과거 경험이 미래 정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모든 결과를 자신의 선택 탓으로 돌리며 후회할 필요는 없다. 후회는 다음 선택을 개선할 때까지만 유용하다. 이후엔 그냥 놓아주는 것도 삶의 지혜다.
그렇다면 한정 상품은 쳐다보지도 사지도 말아야 할까? 그럴 필요까진 없다. 현재를 즐기는 것 역시 행복의 소중한 부분이다. 다만 현재 행복이 미래 선택지를 지나치게 갉아먹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길을 걷다 ‘마감 임박!’이란 문구를 접하거든 잠시 멈춰 호흡을 길게 가져가라. 평소 절실히 원했던 건가, 아니면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말에 휘둘린 건가!
/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