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기간제법, 노동보호 아닌 고용금지법"
"처우개선이 오히려 노동자 위상 약화시켜"
"민주노총, 사회적대화 참여해달라"
"기업에 부담 강화해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사업자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2년 뒤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 하도록 규정한 현재의 기간제법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아주 좋은데 현실로는 실업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실용적으로 해결할지 고민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를 열어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사실상 (노동자에 대한) 방치를 강제하는 법안이 돼 버렸다"며 "현실에서는 바보가 아닌 이상 1년 11개월 (단위 계약으로) 딱 잘라서 절대 2년 넘게 계약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년을 넘는 경우 상시 고용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절대고용 금지법'이 됐다"며 "보호하자는 게 보호는커녕 '방치 강제법'이 돼버렸으니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력 차이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정규직은 조직이 잘 돼 있고, 단단하게 뭉쳐 권리 확보를 잘해 나가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러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제 정규직을 절대 뽑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기존 정규직이야 자기 위치를 찾겠지만 자녀들이나 다음 세대는 정규직의 자리를 결코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오죽 답답하면 일부 노조에서 새로 (직원을) 뽑을 때 노조원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정 수의 고용을 유지하라는 투쟁도 하는 것 같던데 그게 잘 되겠느냐"며 "결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위상 강화를 위한 일들이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위상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에 훨씬 더 (임금을) 적게 주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것인데 좋게 이야기하자면 능력주의이지만, 똑같은 노동을 했는데 누군가를 선발해서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선발되지 못하면 훨씬 불이익을 주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선발돼서 좋은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왜곡이다. 이게 노동 양극화를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도 덜 받고, 비정규직 기간이 짧을수록 더 적게 받는데 이것은 완전히 반대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아주 탈퇴한 지 오래됐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탈퇴한 지 오래됐는데 이용만 당하고 들러리만 서다 보니 화가 나는 점은 이해한다"라면서도 "대화를 일상적·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그는 "노동자 탄압 트라우마로 실용적 정책에 본능적 반감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신뢰가 중요하다. 한번 (참여)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는 아직 여전히 믿기 어렵다면서 국회의 대화 기구에는 참여하는 것 같더라. 나를 못 믿어서 그런가"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잠시 있다가 떠날 것이고 정부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 있는데, 그것은 국회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되고 일터가 안전해지고 부당한 양극화가 없어지려면 사회 문화와 제도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말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어렵긴 하겠지만 (사회적 대화 참여) 고민을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긍정적으로 고민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재차 당부했다.
대안으로는 노동자 단결권과 집단교섭권 강화 등을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본질적 약자성이 언제나 문제가 되는데, 해법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이 있다"며 "소상공인들에게도 집단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의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위 노동 3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다. 조직을 통해 집단으로 교섭하고 그래도 안 되면 집단행동으로 실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조직 노동자들도 문제인데, 이들이 착취당하는 것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조직 활동을 하면 빨갱이·공산당 취급을 당했는데 이런 점도 극복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선 "산업재해 문제는 제도적으로 노력하고 정책적으로 노력도 하지만, 노동계의 참여도 중요한 것 같다"며 "산업 현장의 안전 시설 미비나 조치 부족 문제는 정부 단속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노동계도 단속이나 사전 관리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종의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감시원들을 노동계에서 충원하는 등 규모를 늘리면 좋겠다"며 "특히 소규모 산업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인데 정부로서 가능한 방법을 잘 찾아보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계에서 보기에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이라는 게 노동계만을 대표할 수도 없고 산업계만을 대표할 수도 없고, 경영계만을 대표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양자를 적절하게 잘 조정해서 노동도 존중되고 산업 경제 발전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 있다"며 "국민주권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를 위한 나름의 정책적 노력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정책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노동영향평가 의무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촉구했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아궁이에 불을 때는 건 같은데 방바닥에서 온기를 아직 느낄 수 없다는 현장의 평가가 있다"면서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분명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노조 조직률은 그 사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라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노총은 약 30만명의 가파른 조합원 증가를 경험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의 노동자성 인정이 노조 조직률 제고에 큰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올해 처음으로 노동부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논의를 요청했다"면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인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AI는 이미 노동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 변화가 아니라 소멸"이라며 정부 주요 정책 결정 시 환경영향평가를 하듯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노동영향평가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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