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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K9 자주포·천무 다연장로켓으로 유럽 공략
한화오션, 해양 방산서 존재감 키워...마스가의 핵심 축
한화시스템, 초연결 전장 구축...무기체계 실시간 연결
[아시아타임즈=박시하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한민국 재계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갈등, 미·중 패권 경쟁 심화로 각국의 안보 수요가 폭증하면서 방산·조선·에너지 산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고, 그 중심에 한화그룹이 우뚝 선 것이다.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
업계는 한화가 방산·조선·에너지로 이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재계 5위로 도약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단순한 자산 증가가 아니다. 국가 전략 산업 중심으로 체질 변화에 힘을 쏟아 한화가 글로벌 안보 질서 재편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한화의 질주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에서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 그룹 내 방산 3사는 각각 지상 무기체계와 해양 방산, 첨단 전자·우주 분야를 맡으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K9은 핀란드·루마니아 등을 포함한 나토(NATO) 6개국에 공급되며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천무 역시 폴란드·에스토니아·노르웨이 등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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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K9은 '한 번 도입한 국가는 계속해서 도입한다'는 높은 재도입률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핀란드에 K9을 추가 수출했다. 핀란드는 2017년 K9 48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나토 내에서 터키·폴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K9을 200문 이상 운용하는 국가로 등극했다.
무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유지보수 체계를 묶은 패키지 전략도 적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현지 생산공장 'H-ACE Europe' 구축에 착수했고, 폴란드에서는 합작법인을 통한 천무 유도미사일 현지 생산 체계를 추진 중이다.
빠른 납기와 안정적 공급 능력도 전시 상황에서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유럽 방산업체들이 공급망 차질과 생산 지연으로 흔들리는 사이 한화는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생산라인 확충으로 수요를 흡수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약 85조원까지 불어났다.
한화는 지상 무기체계를 넘어 항공·우주 영역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MBDA의 미티어급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국산화에도 착수했다. KF-21 전투기에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까지 탑재할 경우 한국은 전투기와 핵심 무장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국가로 도약하게 된다.
해양 방산에서도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계기로 미국 조선·방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쉬라'호 창정비 사업과 급유함 '유콘'호 정비 사업을 따냈고, 최근에는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에 나선 상황에서 한화오션은 단순 협력업체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초대형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마스가)' 전략과도 맞물리며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양국 조선사 업 협력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당시 마스가 프로젝트의 출발을 기념하면서 조선소에 50억 달러 투자 약속했다. 이를 통해 추가 도크 및 안벽 확보, 생산기지 신설 등을 통해 연간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F-15EX. 한화시스템은 이번 계약을 통해 美 공군이 사용중인 F-15EX와 대한민국 공군이 사용중인 F-15K에 탑재할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를 공급한다. (사진=한화)
미래 전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네트워크 중심 전투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다기능레이다(MFR)와 소형 SAR 관측위성을 기반으로 육·해·공 무기체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초연결 전장을 구축하는 동시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보잉과 F-15EX·F-15K용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항공전자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화시스템이 보잉과의 계약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여는 것은 물론, 수출 다각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한화시스템은 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중동 국가에 연이어 수출하고 있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천궁-Ⅱ)에 MRF를 공급해 왔다. 필리핀 함정에 함정의 두뇌로 불리는 함정 전투체계를 수출하고,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에 AESA 레이다 안테나 장치를 공급하는 등 진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재계 5위 도약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는 8월 예정된 인적분할 이후 방산·조선·우주·에너지 중심의 제조 사업 구조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법인과 테크 및 라이프 부문이 포함된 신설법인으로 분할할 예정이다.
각 사업군의 특성과 환경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한화는 인적분할로 실행력과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그동안 기업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게 목표다.
한상윤 한화 IR담당 전무는 올초 개인주주 간담회에서 "복합지업으로서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만큼 이번 분할을 통해 자회사 기업 가치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환원정책 실행과 자회사 성장 상황을 고려한 배당 확대 검토 계획을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방산·우주항공·해양 등 미래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미국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를 언급하며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한화가 책임지고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에서는 한화의 질주가 방산 호황의 결과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와 미국 제조업 재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화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결과라는 평가다. 새로운 산업 질서 속에서 한화는 이미 다음 단계로 올라서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는 대한민국 재계 순위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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