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침체·공사비 상승 겹쳐 건설업계 인력 재편 본격화
희망퇴직·조직 슬림화 확산…협력업체까지 구조조정 압박
주택 부문과 기간제 인력을 중심으로 감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희망퇴직과 조직 슬림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기범 기자] 주택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중동발 원자재 리스크가 겹치면서 건설업계가 희망퇴직과 조직 개편을 통해 인력 재편에 들어갔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4만9370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5만2233명과 비교하면 2863명, 5.5% 줄었다.
감원 폭이 가장 컸던 곳은 DL이앤씨였다. DL이앤씨 직원 수는 2024년 5589명에서 2025년 4742명으로 847명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635명, GS건설은 487명, 대우건설은 357명 줄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이앤씨도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 등에 힘입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원이 늘었다.
인력 축소는 주택 부문과 기간제 근로자에 집중됐다. 현대건설의 주택부문 인력은 2024년 1727명에서 2025년 1297명으로 430명 줄었고, 이 가운데 기간제는 901명에서 529명으로 372명 감소했다. GS건설도 주택·건축 인력이 2890명에서 2466명으로 424명 줄었고, 해당 부문 기간제 인력은 1338명에서 1033명으로 305명 감소했다.
전체 감소 인원 487명 중 약 87%가 이 부문에서 나왔다. DL이앤씨도 주택 인력이 242명 감소했고, 상당수가 기간제 인력 축소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 부문에서 정규직 100명, 기간제 101명이 줄었다.
회사 전체 기준으로 봐도 기간제 감소 폭은 뚜렷했다. GS건설의 기간제 근로자는 1794명에서 1320명으로 26.4% 줄었고, 현대건설은 2474명에서 2272명으로 8.16%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2487명에서 1869명으로 크게 줄었다.
고연차 정리·조직 축소 본격화…건설사들 체질 개선 속도
희망퇴직과 전직 지원 프로그램도 확산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3일부터 장기근속자와 임금피크제 대상자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신청자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기본급 30개월분의 퇴직 위로금과 특별위로금 3000만원,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 재취업 컨설팅 등이 제공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상안이 ‘근속연수+10개월’을 기본으로 하되 최소 19개월에서 최대 30개월까지 보장하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저연차 직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한선을 둔 점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이를 단순 감원이 아닌 인력 재편으로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고연차 직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통해 새로운 출발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신규 채용을 통해 조직을 보다 유연하게 재편하려는 전략”이라며 “1분기 39명 채용에 이어 하반기에도 신입·경력 채용을 이어가며 인력 구조를 재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말 희망퇴직 성격의 ‘커리어 리빌딩’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처음이다. 대상은 근속 5년 이상, 만 45세 이상 60세 미만 직원이었다. 프로그램은 최대 30개월 수준의 지원금과 학자금, 전직 컨설팅 등을 담았다. 앞서 플랜트사업본부 직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유급휴직도 단행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인프라사업본부를 플랜트사업본부 산하로 통합하고 임원 조직을 약 20% 줄였다. 대우건설은 일부 유급휴직과 함께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태영건설은 지난해 5월 퇴사 지원금 제도를 도입해 6개월 재택근무 후 퇴사를 원하는 재직자에게 최대 6000만원을 지급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3일 인사팀 공지를 통해 목표인센티브(TAI)를 반영한 퇴직금 차액 정산에 착수했다. 올해 1월 29일 대법원이 삼성전자 퇴직자 소송에서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이후, 그룹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퇴직금 청구 소송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건설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 심화로 대형사부터 중소 협력업체까지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냉각에 자재난까지…협력업체 타격 확산
배경에는 업황 둔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67.8로 집계됐다. 앞선 2월 CBSI는 62.5로, 2024년 5월 지수 개편 이후 최저치였다. 신규수주지수는 61.6, 공사기성지수는 75.3으로 각각 큰 폭으로 떨어졌다.
1월 건설기성액도 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 감소해 21개월 연속 줄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건설업 종사자 수는 13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2000명 감소하며 2024년 6월 이후 21개월 연속 줄었다.
중동 전쟁 여파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분쟁 장기화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며 공사 원가와 공기 지연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실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 가운데 자재수급지수는 지난달 74.3으로 전월 91보다 16.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2월 133.69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중소 협력업체의 타격은 더 크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사는 총 1223곳이며, 이 가운데 전문건설업체가 1036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일 전문공사를 맡는 업체는 규모가 작아 원도급사의 일감 축소 영향을 직접 받는 경우가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미국 기준금리 급등 이후 건설 업황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경기 한파 속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건설업이 수주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에 치중했다면,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이 고착화된 지금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버티느냐가 생존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인력 리밸런싱과 선제적 노무 리스크 관리는 결국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재무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또 “조직 슬림화와 비용 구조 정비를 선제적으로 마친 기업들이 향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더 빠른 탄력을 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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