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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희망리턴이 뭐죠?"…소상공인 울리는 '꽈배기 영어' 정책명

'플러스 모바일 보증',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활성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포스트 팁스' 같은 이름은... '언어적 짬뽕'이 만든 정보 격차, 지원 대상 걸러내는 보이지 않는 필터 정부 공고문에는 '스타트업...

"희망리턴이 뭐죠?"…소상공인 울리는 '꽈배기 영어' 정책명

외래어와 국어를 억지로 비벼 만들어...이름부터 낯선 지원책, 언어 장벽 낮추는 게 신뢰의 출발

[권의종 박사의 리셋 K-경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생존 경쟁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치솟는 금리와 임대료,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에서 이들은 매일 버티기를 반복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정책의 문을 여는 첫 관문인 ‘이름’부터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이 정책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이것이 지금 소상공인 지원 행정의 민낯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희망리턴패키지’다. 폐업을 고민하거나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의 재기와 전업을 돕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름은 난해하기 짝이 없다. ‘희망’이라는 우리말에 ‘리턴(Return)’과 ‘패키지(Package)’를 뒤섞은 조어는 직관성과 거리가 멀다. 현장의 상인들에게 남는 것은 따뜻한 ‘희망’이 아니라 낯설고 딱딱한 영어 단어뿐이다.

이 같은 문제는 곳곳에서 반복된다. ‘플러스 모바일 보증’,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활성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포스트 팁스’ 같은 이름은 일반 소상공인이 뜻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 자영업자에게 이런 용어는 사실상 ‘읽히지 않는 언어’다. 지원 정책이라기보다 영어 시험 문제에 가깝다.

정책 대상은 특정 세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재도약 지원”, “사업 재기 종합 지원”처럼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표현 대신 영어를 뒤섞은 것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이름이 이해되지 않으면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어적 짬뽕’이 만든 정보 격차, 지원 대상 걸러내는 보이지 않는 필터

정부 공고문에는 ‘스타트업’, ‘스케일업’, ‘디지털 전환’ 같은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여기에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우리 동네 크라우드 펀딩’,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스타트업 파크’, ‘메이커 스페이스’까지 더해지면 정책 문서는 사실상 외래어 전시장에 가깝다.

문제는 단순한 외래어 사용이 아니다. 국어와 영어를 무분별하게 뒤섞은 ‘언어적 짬뽕’이 정책 전달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K-소상공인 육성’ 같은 이름은 보여주기식 상징만 남을 뿐 실질적 의미 전달에는 실패한다. ‘우리 동네 크라우드 펀딩’처럼 일부는 번역하고 일부는 영어로 남긴 기형적 조합은 정책의 품격마저 떨어뜨린다.

이런 명칭은 결국 정보 격차를 만든다. 영어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은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같은 사업을 빠르게 이해하고 선점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용어 단계에서부터 진입 장벽에 가로막힌다. ‘소공인 클린 제조 환경 조성’처럼 어색한 번역투 표현까지 겹치면 혼란은 더 커진다. 공공 언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정책명은 오히려 지원 대상을 걸러내는 ‘보이지 않는 필터’로 작동하고 있다.

이름이 곧 복지, ‘쉬운 우리말’에서 시작하는 진짜 민생 행정

문제는 정책명에만 머물지 않는다. ‘청소년 비즈쿨’, ‘아이디어 온라인 멘토링’, ‘희망사업 프로젝트’ 같은 사업명은 설명 자료를 따로 찾아봐야 겨우 취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책을 이용하기도 전에 해설서부터 읽어야 한다면, 그 정책은 이미 절반쯤 실패한 셈이다.

진짜 소상공인 지원은 예산 규모보다 전달의 명확성에서 출발한다. ‘원스톱 서비스’를 ‘한곳 해결 지원’으로, ‘바우처’를 ‘이용권’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접근성은 훨씬 높아진다. ‘크라우드 펀딩’을 ‘대중 모금’으로, ‘액셀러레이팅’을 ‘성장 지원’으로 풀어 쓰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외래어와 국어를 억지로 비벼 만든 지금의 ‘꽈배기’식 정책명은 공감과 신뢰를 갉아먹는다. 이제는 ‘희망리턴패키지’를 비롯한 각종 사업명을 전면 재검토해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중심으로 정비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있어 보이는 이름이 아니라, 듣는 순간 뜻이 전달되고 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살아 있는 언어’다.

정책은 발표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이해하고 활용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 이름에서부터 문턱을 낮추는 것, 그것이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필자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경영학박사

-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전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권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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