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에 경상수지 사상 최대...외국인 자금 이탈
실물·금융 디커플링 심화...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사진= 뉴스1]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한국 경제가 ‘흑자 속 자금 유출’이라는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드러냈다. 실물 부문은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가 뚜렷한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되며 국제수지의 균형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6년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233억6000만달러로 크게 늘었고, 서비스수지 적자는 18억6000만달러로 축소됐으며 이 영향으로 처음으로 200억달러대 흑자 구간에 진입했다.
흐름을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252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고, 정보통신기기 수출도 48억5000만달러로 68% 늘었다. 여기에 수입 감소까지 겹치며 무역수지 개선 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수지 역시 부담을 덜었다. 여행수지 적자가 17억5000만달러에서 12억6000만달러로 줄었고, 기타사업서비스 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는 7개월 만에 10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금융계정에서 나타났다. 같은 달 증권투자는 205억8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에서 132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갔고, 채권 투자 역시 축소되면서 자금 이탈이 동시에 발생했다.
직접투자도 순유출로 전환됐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 폭이 내국인의 해외 투자 감소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28억7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결과적으로 2월 국제수지는 경상수지 흑자 232억달러와 금융계정 대규모 유출이 병존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이 같은 괴리는 산업과 금융의 흐름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200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는 GDP 대비 10% 수준까지 제시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확대 속도가 제한되면서 ‘슈퍼사이클’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해외 IB들의 경상수지 전망 변화. [사진= 국제금융센터]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이 불안정하다. 주식과 채권에서 동시 이탈이 나타나며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수급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증권자금 유출입 변동성 확대는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향후 변수는 자본 흐름의 회복 여부다. 일부 글로벌 IB는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점을 근거로 외국인 자금 재유입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 여력도 100억~17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월에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35조6000억원, 약 237억달러까지 늘며 시장 쏠림이 확인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제수지는 강한 경상수지와 불안정한 자본 흐름이라는 두 축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수출이 만들어낸 흑자가 외환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자금 흐름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경계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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