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건강 되찾아 다시 순천만 찾기를”
위기의 야생동물 지키기 뜻 모은 순천 시민들
날개 다친 암컷 곁 지키는 수컷 위해 어린이·주민들 먹이 방류
모내기철 논 밟아도 기꺼이 양보…작지만 소중한 두 생명 수호
2026년 07월 15일(수) 20:50
지역주민과 어린이들이 우렁이와 미꾸라지를 방류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월동 시기가 지나도 순천만을 떠나지 못하는 흑두루미 한 쌍을 위해 지역 사회가 뜻을 모았다.
지난 11일 순천시는 해룡들에 머물러 있는 흑두루미 한 쌍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농경지에 미꾸라지와 우렁이를 방류했다. 흑두루미 두 마리는 순천만 인근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복원습지에서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흑두루미는 전 세계에 1만 6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한 뒤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다. 국내 최대 흑두루미 집단 도래지인 순천만의 드넓은 갯벌은 천적을 막아주는 안전한 잠자리가 되고 농경지는 풍부한 먹이를 제공한다.
흑두루미는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머물다 보통 5월 3일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난다.
순천만에서 흑두루미 두마리가 쉬고있다.
박지철 순천시 순천만보전과 주무관은 “매년 8000마리에 달하는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다녀갔지만 한여름까지 순천만에 남아있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두 마리 중 몸집이 작은 암컷은 날갯죽지를 다쳐 논바닥에 주저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건강한 상태인 수컷은 몸이 불편한 암컷의 곁을 지키기 위해 함께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비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직접적인 구조 대신 먹이 공급을 통해 자연 치유할 방침이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잠자리와 먹이터, 이동경로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행동, 섭식활동, 스트레스 반응도 계속 관찰하고 있다.
먹이 공급 활동에는 순천만 생태학교 어린이들이 힘을 보탰다. 고사리손으로 미꾸라지와 우렁이 등 동물성 먹이를 준비한 어린이들은 흑두루미가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다. 이번 활동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생태 교육의 장이 됐다. 어린이들은 현장에서 흑두루미의 독특한 먹이 섭식 습성과 서식 환경을 관찰하고 야생동물과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해 지켜야 할 거리두기의 중요성도 배웠다.
해룡들 주민들도 흑두루미 보호에 뜻을 함께하고 나섰다.
“겨울철 흑두루미 월동 시기가 되면 주민들에게 논 출입을 금지시킵니다. 사람의 간섭이 없다 보니 흑두루미들이 편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죠. 5월 중엔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주민들은 새들이 논을 밟고 지나가도 기분 나빠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고 오히려 아픈 개체들을 걱정해 주십니다. 얼른 러시아에 가서 친구 만나야 하는데 왜 가지 못하고 있느냐며 걱정스럽게 저희한테 많이 물어보시죠. 또 육안으로 모니터링을 한 뒤 관리자들에게 상태를 전해주시기도 합니다. 작지만 소중한 두 생명을 위해 힘써주시는게 느껴지는 순간이죠.”
박 주무관은 “흑두루미 생태계 보전은 행정만의 노력이 아니라 배려해 준 지역사회의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무더위를 잘 이겨내고 가을에 다시 순천만을 찾아오는 친구들과 건강하게 만날 수 있도록 다함께 정성으로 돌보겠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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